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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대륙 스타일의 사랑, 네덜란드’

 

영미 팝송을 월드뮤직의 전부로 알고 자란 사춘기 때, 영어가사 노래를 들으면 영미권 가수겠거니, 짐작했다.

 

제랄드 졸링(Gerard Joling)의 티켓 투 더 트로픽(Tiket To The Tropics)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다. 노래 분위기가 딱 미국 팝송이었는데 알고 보니 네덜란드 노래였다.

 

노래에 빠져든 건 졸링의 목소리와 가사 때문이었다. 조관우 목소리의 서양버전이랄까, 남성 같지 않은 미성이다. 조관우는 가성으로 내는 목소리라던데 졸링은 본목소리란다. 화려하면서도 달콤하고 쓸쓸하다.

 

가사는 ‘사랑 잃은 자가 연인에게 마음으로 쓰는 편지’ 라 할 수 있는데 시 같다.

 

홀로 앉아 있는 이곳은 추워지고/아침 비는 유리창을 때리고 있어요/ 날씨는 온통 춥고 흐리네요/ 마음 속에 생각의 나래를 펴요/ 나는 열대의 섬으로 가려해요/ 나를 늘 몽상가라 불렀던 당신/ 내게 걸림돌이 되었던 당신/ 열대로 가는 차표를 한 장 사겠어요/ 혼자 되어 이곳을 뒤로하고 떠나렵니다( 후략)

 

사랑 잃고 고통에 빠진 이의 행로가 대단히 활동적(?)이다.

 

대개 실연 가사의 주 레퍼토리는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형, ‘담배 연기에 고독을 날리고 술로 쓰린 속을 긁어 이열치열하는’ 학대형, ‘정처 없이 길을 헤매는’ 방황형(헤매봐야 동네일 듯) 등이다. 가사의 내용을 유추하면 반경 10킬로 밖은 나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졸링의 노래 속 인물은 사랑을 잊기 위해 열대섬으로 가는 차표를 사려한다. 사랑도 실연도 대륙적이다.  졸링의 나라 네덜란드라 그런가, 하는 억측이 든다.

 

네덜란드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에 세계를 주름잡던 해운강국이었다. 기원전 6500년경, 켈트족이 살았던 네덜란드 역사는 기원전 50년경의 로마 침입을 시작으로 프랑크 왕국, 신성로마제국, 스페인 등의 강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림 받았던 약소국의 역사다.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16세기 후반, 북방무역의 70%를 휩쓸고 전 유럽보다 많은 상선으로 세계 해운업계를 평정했던 무역대국이 된 것일까.

 

대개 모직공업과 청어산업이 잘돼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배경에는 유대인의 두뇌가 있었다.

 

1492년,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을 가장 많이 받아준 곳이 바로 네덜란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스페인은 전쟁포상금 마련을 위해 부유한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기로 하고 ‘카톨릭 신앙에 해악을 주었다’는 명목으로 추방) 유대인들은 ‘플류트’라는 특수 화물선을 개발, 발전시켜 해양무역왕국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나아가 최초의 증권거래소, 최초의 은행을 네덜란드에 세워 금융왕국을 만든 주역이기도 했다. 16-17세기 네덜란드 융성의 중심에 유대인들이 있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대인들에게 문을 활짝 연 네덜란드의 개방성이 유럽역사를 바꾼 것이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