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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원 세모녀의 비극,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끝까지 소재 파악할 수 있도록 복지지원 시스템 재정비하길

  • 등록 2022.08.25 06:00:00
  • 13면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에서 참변을 당한 발달장애 가족 소식에 국민들은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물이 차올라 탈출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들의 공포를 함께 느꼈다. 이 악몽과 같은 참변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해서 세상을 등졌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21일 오후 경찰이 “세입자의 방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심하게 부패한 시신 3구를 발견했다.

 

앞으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겠지만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져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망자는 60대 여성과 두 딸로써 암과 난치병 등 건강 문제에 더해 사업실패로 인한 빚도 있어 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 아들은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60대 여성은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각각 희귀 난치병 등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 등은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은 2020년 2월 수원의 현 주거지로 이사했음에도 화성시에서 알고 지내던 이웃의 집에 주소 등록이 된 상태였다. 수원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원과 화성에서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들이 만약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당 관청에 알렸다면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 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빚 문제 등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갖은 추측이 나온다.

 

지난달 25일에도 도내 의정부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부와 6살 아들, 키우던 고양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이 “남편이 너무 힘들어한다, 남편과 같이 가 주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친한 이웃에게 보냈고, 남편의 메모에도 “빚이 많아 힘들다, 가족들과 함께 진짜 갈 시간”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아들을 살해하고 부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로 추정된다. 이 가족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자매 사이인 30대, 40대 여성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숨져 있었다. 지난 5월말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 양 일가족 3명도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결론이 났다.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복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과금 3개월 이상 체납 시 관할 구청에 연체 사실이 통보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세 모녀가 주소 등록지인 화성이 아닌 수원에 거주하면서 아무런 복지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를 오랫동안 체납했다는 통보를 받은 화성시 관계자가 최근 주소지를 방문했으나 거주사실이 없고 연락처도 알 수 없어 복지시스템 비대상자로 처리됐다. 사회보장시스템이 개선됐다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세 모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현행 복지제도의 한계다. 앞으로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라도 끝까지 소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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