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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밝아졌다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는 기억공간도 개관

  • 등록 2022.08.29 06:00:00
  • 29면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895번길 9-14에 문화 공간이 개관됐다. 이 건물의 이름은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는다는 뜻을 가진 ‘기억공간 잇-다’다. 기억공간 잇-다는 연면적 84.23㎡, 단층 건물로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 지역은 수원역 동쪽 성매매집결지였다. 빛과 단절된 어둠의 장소였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60년 넘게 이곳에 있었다. 잇-다는 지난 해 5월 31일 밤 모든 성매매업소가 자진 폐쇄한 후 도로 개설구간 내 잔여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개관과 함께 첫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기획전 ‘집결지의 기억, 도시의 미래를 잇다’는 22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열리는데 1900년부터 2022년까지 집결지 형성·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근대도시 수원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의 변천 과정,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변화의 흐름, 집결지를 기억하는 사람들, 미래를 향한 기록, 기억을 함께 잇는 방법 등 5개 주제의 아카이브로 구성돼 있다.

 

수원역 앞에 성매매업소가 생긴 것은 1960년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진은 6.25 전쟁 직후에도 이곳에 성매매업소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발굴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그동안 수원시의 수치라며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계속 유지됐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됐고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하나둘씩 폐쇄됐음에도 영업은 계속됐다.

 

수도권의 외국인노동자들까지 몰려들어 국제적 홍등가로 소문났다.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바로 맞은편에 형성된 성매매집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역사와 문화예술의 도시, 첨단 산업도시 수원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극에 달하면서 수원시가 폐쇄를 시도했지만 업주들의 반발은 드셌다.

 

이에 수원시는 2019년 성매매집결지 정비 TF를 신설하고 집결지에 임시 사무실을 얻는 등 적극적으로 정비사업에 돌입했다. 성매매 업주를 설득하고 성매매 집결지 중앙에 소방도로를 개설했다. 시와 함께 경찰·시민단체·주민들도 합세했다. 대부분의 업주들도 자진 폐쇄·철수를 결정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자진폐쇄’ 사업은 지난해 11월 26일 ‘제6회 대한민국지방자치정책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와중에 업소를 운영했던 여성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일부 업주는 영업 손실 보상과 이주비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본보는 지난 3월 30일자 보도를 통해 폐쇄 10개월 후 달라진 이 지역의 모습을 소개한 바 있다. 성매매집결지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거리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홍보물이 붙어있는 신축 건물이 잇달아 들어섰고,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도 여럿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현재의 모습은 다른 동네처럼 크게 변화됐다. 땅값도 많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수원시의 기대처럼 ‘시민의 거리, 문화가 풍성한 거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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