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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한없는 ‘내부갈등’…여당 사명 다 잊었나

‘집권 초기’ 상황 견뎌준 국민 인내심 바닥 드러내기 시작

  • 등록 2022.08.30 06:00:00
  • 13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소동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여당 국민의힘의 내홍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 이후 국민의힘은 장장 5시간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를 정비한 다음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정당사상 초유의 분란 속에서 반성도 쇄신도 없는 ‘오기 다툼’뿐이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체 어쩌자는 건가. 코로나19 재유행 공포 속 혹독한 경제난 먹구름까지 겹치는데, 막중한 여당의 사명을 아주 망각한 것인가.

 

입법부에 속한 정당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예속된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법부의 판결 요지는 ‘당내에 비대위를 출범시킬 비상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해석해 밀어붙이다가 낭패가 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결정을 편의적으로 해석하여 고작 당헌상 비대위 구성요건을 ‘최고위원 절반 사퇴’ 등으로 바꿔 위법 소지만 피하려는 꼼수 잔꾀를 묘책이랍시고 찾아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일어나는 잡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잦아들기는커녕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파벌의 색깔이 오히려 더욱 짙어지면서 마치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봉숭아학당 수준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준석한테 말싸움에서 지니까 그냥 주먹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가 망했는데, 이 당에 의인 열 명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하자 장예찬 정년재단 이사장은 “자기만 옳고 자기만 잘났다는 의리 없는 정치인이 10명도 안 되는 것뿐”이라고 맞받았다.

 

갈등 화두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5선인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실력이 드러난’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로운 원내대표가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직격하고 나섰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작금의 사태 수습 첫 출발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에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내 혼란상에 대해 말을 아껴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합리적인, 또 당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합당한 결론을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잘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황상 집권 여당의 내부 혼란이 조기에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론이 많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여소야대의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 거대 야당의 전열 정비가 다 끝나가는 시점인데 도무지 이렇게 알력 추태에 빠질 여유가 어디에 있나. 정말 무서운 것은 집권 초기라는 상황을 감안해 묵묵히 견뎌준 국민의 인내심이 드디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엄중한 시기에 민생을 위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집권 여당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도무지 책임이라고는 질 줄 모른 채 권모술수만 무한정 탐닉하는 이 나라 정치판의 쩨쩨하고 뻔뻔한 풍토에 한숨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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