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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빈관 논란…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마비 의심

어물쩍 넘길 생각 말고 제대로 된 개선작업 거쳐야

  • 등록 2022.09.20 06:00:00
  • 13면

정부가 878억여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용산 영빈관’ 건립을 추진하려다가 논란 끝에 중단된 일은 결코 유야무야 흘려넘길 사건이 아니다.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 수석들조차 모르게 국유재산관리기금 예산안에 슬쩍 끼웠다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비서나 관료들의 국민 공감 능력이 마비됐다는 증거다. 어물쩍 넘길 생각 말고 책임소재를 따져서 고장 난 의사결정 매커니즘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국정 난맥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기재부가 새 영빈관 건립에 878억여 원 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우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에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용의도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행사 때마다) 부분 통제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영빈관 신축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즉각 들끓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다각도의 해석을 곁들여가며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국가적 상황·민생현실과의 불일치, 대통령의 약속 파기 문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과거 발언과의 연계 등에서 부적절성이 성토되고 있다. 정부 예산안 편성까지 아무런 공개 논의 없이 밀실에서 추진한 방식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우선, 시기에 전혀 맞지 않는 뜬금없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흐드러졌다. 온 국민이 경제 위기 속에 벌벌 떨고 있는 시점에 무려 1천억 원에 가까운 국고를 영빈관 신축 같은 불요불급한 사업에 쏟아부을 까닭이 없지 않으냐는 비판이다. 다음으로는 과거 윤 대통령이 했던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국빈 만찬 행사에 쓸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한 발언과 전면 배치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추산해 발표했던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400억 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거론되는 판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날 모 인터넷신문 관계자의 유도 질문에 넘어가서 했던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는 발언이 새삼 회자하고 있다. 영빈관 신축 계획이 김건희 여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제1야당 민주당의 정치공세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음에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정부 예산안 편성에까지 은밀히 추진된 방식 그 이면에 도사린 고장 난 의사결정 구조다. 특히 대통령실의 분별없는 태도에서 유추되는 ‘민심 공감 능력의 마비’ 또는 ‘형편없는 정무 감각’은 자못 심각한 문젯거리다. 새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악어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거대 야당과 언론, 비판적 민심을 도대체 얼마나 가볍게 인식하기에 이런 멍청한 일을 벌이는 건가.

 

대통령실은 매사를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숙성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책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정비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공감 능력’은 정권의 안전 운행을 담보하는 핵심 안전장치다. 대통령실의 반성과 시스템 혁신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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