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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제노동·구타에 숨진 아이들, 선감학원 진실 밝혀야

유해 발굴 사업 조속한 추진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 등록 2022.09.29 06:00:00
  • 13면

선감학원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있었던 아동·청소년 집단수용 시설이다. 일제감점기인 1941년에 건립, 1942년부터 8~18세 아동과 청소년들이 강제 입교됐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강제노동과 학대, 고문 등 폭력이 상시 행해졌다. 인권이란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해방 이후 전두환 정권 때인 1982년까지 운영됐는데 원아대장에 따르면 인원이 4691명에 달했다.

 

과도한 노동과 폭력 등으로 많은 소년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배고픔과 인권유린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헤엄쳐 탈출하다 물살에 쓸려 죽었다. 시신은 적합한 절차 없이 암매장 됐는데 선감학원 원생들이 싸늘하게 식은 친구를 땅을 파고 묻었다. 여기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에는 나무뿌리와 엉킨 아동 유골과 어린아이 고무신 한 켤레가 발굴된 바 있다.

 

최근 YTN은 섬을 탈출하려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진 친구를 이곳에 묻었다는 안영화 씨의 증언을 방송했다. “제가 동료들 갖다 묻은 것도 있습니다. 여기 오면 생각할 수 없는 그런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지금도 제가 말을 못할 정도로 그렇게 격해져 있습니다.” 당시 13세였던 안 씨는 인천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나섰다가 선감학원에 끌려갔고 얼마 되지 않아 동생들도 영문을 모른 채 선감학원으로 왔다고 밝혔다. 노동하고 기합 받고 매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지난 26일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시신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조사된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개토제(開土祭)가 열렸다. 개토제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한 시굴 작업을 앞두고 현장 조사의 차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과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김훈 작가 등이 참석했다. 진화위는 시굴 조사에 나서 암매장된 유해가 발견되면 국가 및 지방정부에 전면적인 유해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영배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선감학원의 강제노동 속에서 노동력 착취와 폭력 등으로 많은 소년들이 생명을 잃고 배고픔과 괴롭힘 등으로 탈출하다 죽어갔다”며 적합한 절차 없이 암매장된 선감학원 유해 발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관계 당국에 촉구했다. 김훈 작가도 개토제에 함께 했다. 김 작가는 2010년부터 선감도의 경기창작센터에서 글을 써왔다. “과거의 악과 화해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보 보도(27일자 1면)에 따르면 시굴 작업 조사단이 40여 분간 작은 봉분 해체 작업을 벌인 결과 유해를 묻기 위해 땅을 팠던 흔적이 확인됐다고 한다. 진화위는 오는 30일까지 4~6개 봉분을 시범 시굴 조사를 실시해 유해나 유품이 나오면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과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하고 정밀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기도에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하기로 했다. 지금도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을 아이들...유해 발굴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관계당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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