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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교생의 정치풍자 그림도 용납 못하는 문체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표현·창작의 자유 최대한 보장받아야

  • 등록 2022.10.07 06:00:00
  • 13면

경기신문이 단독으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정권 풍자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 제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그림으로써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그림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달리고 있고, 기관사 위치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사람이, 그 뒤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인물 4명이 있다. 기사는 이 그림이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린 학생도 대단하지만, 이 작품에 대상을 준 심사위원들도 대단하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3일 오후 7시 12분 본보에 의해 처음으로 이 소식이 보도된 후 대다수의 언론매체들이 뒤를 이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속하게도 다음날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웹툰 작가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곧바로 ‘고등학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에 부쳐’라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문체부가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한 것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라면서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적이라는 공격에 정면으로 대응한 것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도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서는 블랙리스트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서명자,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등 총 9473명이 정부지원사업에서 배제됨으로써 문화예술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다. 국가 차원에서 불이익을 줌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강제하려 한 것이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웹툰 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 작품을 두고 문체부가 협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SNL 방송에 출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라고 응답했다. 서울 대학로에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코미디 대부분은 정치와 사회에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문체부가 보도 자료를 통해 내놓은 입장은 대통령의 뜻과도 반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에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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