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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도리' 박순찬 화백, '윤석열차' 그린 학생에 “위축되지 않길”

문체부 비판 만평 ‘만세’ 블로그에 게재
윤 대통령에 대한 문체부 ‘과잉 충성’ 지적
문체부 조치는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진압’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의 만화작품 ‘윤석열차’ 전시 주최 측에 ‘승인사항을 위반했다’며 경고까지 하고 나서자, 사회적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시된 ‘윤석열차’가 화제가 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오전 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작품을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으로 선정하고 전시에 출품한 한국영상만화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 경고’했다.

 

이날 오후 9시경에는 공모전 개최 시 ‘승인사항 위반’을 확인했다며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추가 설명 자료를 냈다.

 

‘윤석열차’를 두고 불거진 외압 논란에 웹툰협회, 전국시사만화협회, 만화 연구와 비평 등은 성명서를 내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6일에는 만평 ‘장도리’ 연재로 잘 알려진 박순찬 화백이 자신의 누리집에 만평 ‘만세’를 게시하며 “고교생의 만화 한 편에 호떡집이 불 난 형국이다”고 꼬집었다. (☞ 관련기사 :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장도리’ 박순찬 화백 만평 “석열이형 만세”)

 

 

박 화백은 이날 경기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그린 만화가 수상한 것을 두고 정부가 주최 측에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고 있다"며 "마치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차'가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만화의 내용과 함께 고등학생 수상작이라는 서사가 맞물려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이라며,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기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문체부의 '엄중 경고' 조치는 단지 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만화를 통해 표출된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진압행위이자 폭거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래 만화는 현실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도영의 만화도 정치적 내용을 다루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들의 큰 관심사이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 문제는 아주 보편적인 공통 관심사다. 대중문화인 만화가 대중의 관심사를 그리지 않으면 뭘 그려야 한다는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논란 자체가 "구시대적 논란"이라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재 심적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있을 고교생 작가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력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이야기와 이미지로 가장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 만화다. 상상력은 틀에 박힌 사고와 경직된 사회분위기에선 나오지 않다.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면 그리고 좋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말을 따르지 말고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다음은 박순찬 화백과 나눈 1문1답.

 

◇ 만평 ‘만세’는 어떤 작품인가.

= 학생만화공모전에서 대통령을 그린 만화가 수상한 것을 두고 정부가 주최 측에 ‘경고’ 조치를 내리는 등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이 사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 수상작 ‘윤석열차’를 어떻게 봤는지.

= 부천만화축제에 갈 일이 있어, 만화를 볼 수 있었다. 우연찮게 그 만화를 보고 든 생각은 '학생공모전에서 정치 풍자만화가 수상을 하고, 우리나라도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성장했구나'였다.

 

‘윤석열차’뿐만 아니라 이번 공모전 수상작들이 대부분 사회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묘사된 현실은 불공정, 혐오 등 우리가 겪고 있고 극복해야 할 불편한 문제들이라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학생들이 만화에 이러한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 이번 문체부 ‘엄중 경고’ 조치에 대한 생각은.

= '윤석열차' 는 그 만화의 내용과 함께 고등학생 수상작이라는 서사가 맞물려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그리고 대부분 만화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는데,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기반한 것이다.

 

새 대통령이 당선 된 후 지금까지 보인 여러 실망스러운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런 시민들의 불만이 고등학생 풍자만화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을 일부 언론이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부정적 뉘앙스로 보도했고, 문체부의 과잉대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체부의 '엄중 경고' 조치는 단지 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만화를 통해 표출된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진압행위이자 폭거라고 할 수 있다.

 

◇ 문체부의 주장처럼, 정치적·풍자적 성격을 띤 작품이 공모전의 취지를 깨뜨린다 보는지.

= 우리사회는 매우 오랜 기간에 걸친 군사 독재 정권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잔재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많이 남아 있다.

 

만화의 경우도 매우 오랫동안 자유로운 창작이 불가능했다. 옷을 꿰매 입은 가난한 서민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부정적 묘사라며 금지될 정도였으니, 정치 문제를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원래 만화는 현실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도영의 만화도 정치적 내용을 다루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들의 큰 관심사이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 문제는 아주 보편적인 공통 관심사다. 대중문화인 만화가 대중의 관심사를 그리지 않으면 뭘 그려야 한다는 건가.

 

만화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이 최대무기이자 장점이다. 정치 문제도 다루지 못할정도로 억압된 사회에선 창의력이 성장할 수 없고, 판타지물이나 SF물에서도 외국 모방작만 나올 수밖에 없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관 부천만화대상 수상 이력이 있다. 지금 논란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어떠한가.

= ‘장도리’ 연재분을 모아 출판한 '나는99%다'로 부천만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수상을 한 만화도 정치 사회 풍자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 때가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인데, 지금 이러한 구시대적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력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이야기와 이미지로 가장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 만화다. 상상력은 틀에 박힌 사고와 경직된 사회분위기에선 나오지 않다.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면 그리고 좋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말을 따르지 말고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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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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