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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가부 존폐갈등, ‘폐지’ 아닌 ‘개편’으로 출구 마련을

최초 공약대로 ‘성평등가족부’로 전환, 젠더 갈등 끝내야 

  • 등록 2022.10.18 06:00:00
  • 13면

정부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방침에 대한 반발 민심이 심상치 않다. 전 정부에서 여가부가 정치적 시빗거리로 등장한 일은 뼈아픈 대목이지만,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폐지론에 갇혀서 선택지를 좁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윤 대통령도 “여성·가족·아동·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대선 초반의 최초 공약대로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쪽으로 선회하여 극심해지는 젠더 갈등을 끝내는 게 현명할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밝히자 야당과 여성단체 등을 필두로 반대 목소리가 거칠게 쏟아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개편안을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민간단체들도 일제히 반기를 들고 있다.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단체가 공동 주최한 집회에서는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면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난 정권에서 여가부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자진하여 정쟁거리가 된 허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권 인사들의 잇따른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창조해 2차 가해를 가하고, 정의기억연대 사태에선 마치 편향된 민간 여성단체처럼 일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가부가 당시 여당의 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혐의마저 불거졌다. 여가부는 스스로 존폐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모면키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가부가 대의를 망각하고 의무를 오염시킨 일이 아무리 무거운 일탈이라고 해도 ‘성평등’이라는 훨씬 원대한 인류사적 가치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춰볼 때 ‘부처 폐지’라는 극단조치를 내려도 될 만큼 중대한 하자일 수는 없다. 이제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중요부처에 대해서 걸핏하면 ‘폐지’를 부르대는 얄팍한 대증요법 악순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류를 철저하게 고쳐가면서 본래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게 지혜로운 대처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서 제도적 성차별은 많이 개선됐지만, 출산과 육아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가사 불평등과 여성의 경력 단절은 아직 엄연한 현실이다. 여성의 성취를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높다. 특히 가족해체와 인구절벽이라는 난제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소멸이라는 재앙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시점에 ‘여가부 폐지’는 성평등 정책의 후퇴와 지속 가능한 선진사회 구축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도자가 대선 공약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대선 공약 이행을 포기했다고 시비를 지속하는 국민은 없다. 최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홍수가 난 다리 난간을 붙들고 있다가 비극을 맞은 미생지신(尾生之信) 고사의 교훈을 돌이켜봐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여성·가족·아동·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조직개편의 진정한 목적이라면 이쯤에서 융통성을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왜 있을 것인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성평등가족부’로 전환하겠다던 대선 초기의 설계로 과감하게 돌아가 분열상을 명쾌하게 정리하기를 신신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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