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폭력’.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기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새롭게 나타난 학교폭력 유형이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에 고통받는 청소년들은 늘지만 실질적인 해결이 안 되는 실정이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과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시키지 않은 배달 음식’‘이미지 합성’…진화하는 청소년 ‘사이버폭력’
② “나를 모르는 사람도 폭력 가담”…가해자 특정 어려운 ‘사이버폭력’
③ ‘사이버폭력’의 굴레…탈출 위해 ‘예방’과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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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폭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경우 기존 학교폭력 문제와 차별화되는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교폭력’ 대신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사이버폭력 등 온라인 범죄 관련 법률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구체적인 법안 덕에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 미국, 주법에 정의·처벌 규정 명시…학교마다 예방 정책도
미국 대부분의 주는 사이버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주법에 두고 있다.
아칸소 주법(AR Code)에서는 ‘인터넷·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통해 타인을 놀래키기·강압하기·위협하기·두렵게하기·학대하기·괴롭히기 목적으로 심각하거나, 반복적이거나, 적의있는 행위를 조성하는 행동’을 사이버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폭력을 B급 경범죄로 규정하고, 가해자에 대해 90일 이하 징역, 1000달러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샌라몬 밸리 통합 학군(San Ramon Valley Unified School District)은 사이버폭력 정의, 처벌, 대응 방법을 명시한 사이버폭력 정책을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이버폭력의 행위가 교외에서 발생하고 학교에 큰 지장을 주거나, 학생의 안전을 위협할 시 학교 행정처는 경찰에 신고하고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 역량과 온라인 윤리를 위해 표준 교육 커리큘럼도 제시하고 있다.
◇ 호주, 최초 사이버폭력 전담기관과 대학 연구연합 구축
호주는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에 아동과 성인 대상의 사이버폭력을 구분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 2015년 세계 최초 사이버폭력을 전담하는 국가기관 eSafety를 설립하고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해당 기관은 교육자, 조사관, 변호사, 정책분석가, 디지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고, 교육자용 사이버폭력 예방·대응자료, 우수사례 틀 등을 제공한다.
온라인 안전법상 플랫폼이 피해자나 보호자의 이의신청을 받고 사이버폭력 정보(게시글, 문자 등)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eSafety가 해당 정보 삭제를 통지할 수 있다. 플랫폼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또한 사이버폭력을 연구하는 대학 간 연합(호주대학 폭력방지 연구연합, AUARA)을 구축하고 응용연구, 역량강화, 탐색적 연구, 정책·옹호활동 등을 진행하며 사이버폭력 대응에 힘쓰고 있다.
◇ 캐나다, 법률에 학교·학부모 역할 강조…주요 교과에 예방 교육 접목
캐나다는 사이버폭력과 같은 온라인 범죄 관련 법률이 강화되고 있고, 여러 법안에서 ‘폭력’을 정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이버폭력을 재정의하고 있다.
또 학생들을 사이버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해 예방 교육을 강력 지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캐나다는 민법과 형법 모두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구체적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미디어교육 교육과정도 존재한다. 주 정부와 지역 정부가 각 지역 특성을 감안해 자체적·독자적으로 이뤄지며, 주요 교과에 미디어교육 내용을 접목해 학생들의 비판적 해석 능력을 고양하는 등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 학교 내 제도 개선도 필요…“교사 아닌 전문가를 배치해야”
이같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국내 학교 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민식 산격중 학교폭력책임교사는 지난 2일 '제3회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푸른코끼리 온라인 포럼'에서 미국의 ‘생활지도 전문가 제도’를 소개하며 학교에 학교폭력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사는 “미국 학교에는 생활지도 주임이 관할하는 디텐션 룸(Detention Room)과 학교폭력·생활지도 교육 전문가 딘(Dean)이 있다”며 “딘은 학교경찰과 함께 학교폭력·생활지도에 집중하고 있으며 전문성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학생 문제 행동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생활안전부장처럼 학교폭력 예방 교육, 사안 처리,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과 삼중관계를 가진 채 활동하는 것이 아닌 딘과 같은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폭력은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학생·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실질적인 예방 교육을, 사이버폭력에 대한 법 제·개정을 촉구하는 것처럼, 사회 모두가 사이버폭력 예방·대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 경기신문 = 정해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