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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맞이에 모여든 시민들…‘문학산 정상에서 들어본 소망’

어두웠던 2022년은 뒤로 보내고 희망찬 2023년 맞이

 

“어? 해 뜬다. 이제 떠오르기 시작한다.”

 

2023년 1월 1일. 문학산은 새벽부터 소란스럽다. 3년만이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전국 해맞이 명소는 닫혀있었다.

 

오전 6시에 도착한 문학산 입구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차가운 날씨처럼 을씨년스럽다.

 

문학산으로 통하는 입구들은 미추홀구와 연수구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 가운데 백학초 인근에 있는 입구를 선택했다.

 

초입길에는 조명이 있어 올라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등산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해 핸드폰 조명을 킬 수밖에 없었고 만년설처럼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러지기 일수였다. 등산로 양옆에 있는 줄을 의지하며 한 발짝 두 발짝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끝이 보이지 않은 계단을 보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헉헉 거칠게 숨을 내쉬며 정상으로 향했다.

 

저멀리에서 보이는 다른 일출객의 휴대전화 조명을 따라 산을 올랐다. 그 작은 불빛이 마치 우리가 함께라는 희망의 메세지처럼 느껴졌다.

 

아래와 달리 산 정상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정상은 밝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새해 첫날 인천의 일출은 오전 7시 48분. 2023년 첫 해맞이를 위해 인천시민들은 6시 30분부터 문학산 정상에 있는 연경정에 자리 잡았다.

 

이날 문학산에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미추홀구와 연수구 주민들이었다.

 

 

올해 입시생이 된 7명의 학익여고 학생들은 “다 같이 입시 성공을 위해 소원을 빌러 왔다”며 “올해 소원은 무엇보다 대학 합격”이라고 했다.

 

이들은 해맞이를 통해 더욱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2022년을 빛낸 문장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언급하며,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해맞이 인파를 피해 문학산에 방문한 사람들도 있었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35년간 거주한 배정현(64) 씨는 “청량산에 가면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문학산으로 왔다”며 “우리 가족과 모든 지인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 연인 방문객도 많았으나 이른 아침인 만큼 가족이 함께한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김만석(44) 씨는 쌍둥이 아들, 아내와 함께 해맞이 구경을 나왔다. 그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왔다. 올라오는 데 20분 정도 걸렸다”며 “올해도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소망한다”고 했다.

 

이어 김연우(9) 군은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 부모님이 미소 짓게 했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자 산등선은 붉은 띠를 두르기 시작했다. 아직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시민들은 연경정에 오르거나 그 밑 자리에 돗자리를 까는 등 각자 해맞이를 준비했다.

 

일출 시간이 되자 “해가 떴다”는 소리가 문학산 정상에 가득했다.

 

깡총 모습을 드러낸 해를 사진으로 담아내거나 새해 소망을 비는 등 시민들은 저마다 추억을 쌓았다.

 

3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일출객들은 빠르게 해산했다. 수많은 인파와 함께 했다는 사실은 한겨울 새벽의 꿈같았다.

 

내려가는 길에 한 시민은 등산스틱과 등산화로 무장했지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옆을 지나던 다른 시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새해의 아픔은 추억으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르스름한 새벽에 산을 올랐던 일출객들은 새해 소망을 알리고 새롭게 떠오른 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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