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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 예술기행] 쥘 베른과 아미앵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은 건 반세기전.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은 달에 도착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이다.” 이 역사의 순간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류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결과다. 쥘 베른(Jules Verne)도 그중 한 사람이다. 베른은 후세의 달 착륙을 일치감치 예견했다. 1872년 그는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저서에서 한 세기 후 인간이 우주비행으로 달에 착륙할 거라 보았다.

 

 

예지의 왕 베른. 1828년 프랑스 북서부 낭트에서 태어났다. 법률가인 아버지는 아들이 그의 뒤를 잇길 원했다. 따라서 법과대학에 입학했지만 전공보다 문헌을 모으고 분류하는데 몰두했다. 도서관에서 불철주야 탐험소설을 읽고 과학의 신기술에 관한 자료를 모아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상에 나온 ‘5주간의 풍선 여행’은 기상천외했다. 하늘에 만족하지 못한 베른은 바다 속에도 도전했다. 15년간 요트를 타고 대서양과 지중해를 오가며 모험을 벌였다. 이는 불멸의 저서 ‘해저 2만리’로 탄생했다.

 

베른의 기발한 이 상상력은 끝없는 여행과 탐구의 결과였다. 하지만 말년에는 아내의 고향 아미앵(Amiens)에 정착해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 중 하나가 ‘쥘 베른의 집’이다. 앙리빌 지구 샤를르 뒤브아 2번지에 자리한 이 붉은 벽돌집은 베른이 최 상한가에 달했을 때 구입했다. 베른은 이 집을 ‘한바퀴의 집’이라 명명했다. 사후 출판된 ‘빌헬름 스토리츠의 비밀’과 ‘별똥별 사냥’은 이곳이 무대다.

 

또 다른 곳은 아미앵 서커스장이다. 베른이 이곳에 도착할 무렵 철도가 건설됐다. 이를 보고 자기 집 바로 옆에 서커스장을 만들어 현대적으로 발전시켰다. 작품 ‘마티아스 상도르(Mathias Sandorf)’와 ‘세자르 카스카벨(César Cascabel)’은 서커스 예술에 심취한 그의 열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선구자는 항상 외로운 법. 베른이 서커스장을 건설할 때 반대가 빗발쳤다. 그러나 건축가 에밀 리키에(Émile Ricquier)와 함께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에 서커스장이 개장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빗발쳤다. 2002년 이 건물에 쥘 베른의 이름이 붙여졌고 프랑스의 희귀한 보배로 길이 남게 됐다.

 

베른이 36년간 살고 간 아미앵은 역사, 유적, 물의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정원은 아미앵을 넘어 프랑스 전체의 가장 자랑거리다. 중세시대 만들어진 이 정원은 300헥타르가 넘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수많은 운하가 너무 아름다워 북부의 작은 베니스라 불린다. 라 솜 샛강이 흐르는 생-뢰(Saint-Leu)지구 역시 중세에 만들어졌다. 이 때 물과 풍차는 길쌈과 염색업자, 피혁공업, 제분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했다. 오늘날 이곳은 벽토, 벽돌, 나무로 된 알록달록한 집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골목을 누비며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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