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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그날의 우리와 만나다’…인천 선학초 타임캡슐 개봉식

SNS, 언론보도 통해 소식 듣고 찾아와…직장인, 아이엄마 된 학생들
타임캡슐 속 물건들 대부분 썩어…“직접 꺼내보지 못해 아쉽다”

 

“오늘은 20년 전인 2003년 7월 19일에 묻어놓은 타임캡슐을 개봉하는 특별한 날입니다.”

 

19일 오후 3시 인천 연수구 선학동 선학초 운동장에서 ‘타임캡슐 개봉식’이 열렸다.

 

꼭 20년 전인 지난 2003년 7월 19일 선학초 학생 1983명과 교직원 70명은 여름방학을 맞이해 운동장 구령대 앞 땅속에 타임캡슐을 묻고 20년 뒤 함께 열어보기로 약속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이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편지와 가족사진, 야구공, 축구공, 동전, 지폐, 휴대전화 등 아끼는 물건들을 타임캡슐에 넣었다.

 

20년이 지난 뒤 마침내 약속했던 타임캡슐 개봉식이 열리자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졸업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왔다. 교직생활을 마치고 노후를 보내고 있는 교직원들도 참석했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감회가 새로운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개봉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됐고, 결혼 후 엄마가 돼 아이와 함께 찾아온 졸업생도 있었다.

 

이들은 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이명수 전 교장선생님이 타임캡슐 개봉식을 열기 위해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6학년이었던 최요섭 씨(33)는 “친구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돼 찾아왔다”며 “사실 그때 어떤 걸 묻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온 학교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학부모회 활동을 했던 엄마와 함께 찾아온 졸업생도 있었다.

 

유보영 씨(33)는 “타임캡슐에 편지와 500원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며 “SNS에서 개봉식이 열린다는 걸 알고 반차를 쓰고 엄마와 함께 왔다. 평일에 열려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친구도 있었다. 그 부분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개봉식은 이명수 전 교장, 이명옥 현 교장 등을 비롯해 선학초 졸업생인 학생대표들이 먼저 삽을 이용해 땅을 판 뒤 포크레인으로 타임캡슐을 꺼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20년 전 묻은 타임캡슐 4통 중 3통은 날씨 등을 고려해 전날 미리 꺼내 놨다.

 

하지만 고무통에 넣어뒀던 물건들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썩은 상태로 발견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황은수 씨(32)씨는 “타임캡슐에 핸드폰을 넣었다”며 “20년 후 꺼내면 값어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 직접 꺼내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아쉬움에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직접 비닐장갑을 끼고 자신의 물건을 찾는 졸업생들도 있었다.

 

이명수 전 교장(76)은 “개봉식에 학생들이 많이 안 올까 걱정돼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다”며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찾아왔는데 물건들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많이 변한 걸 느낀다”며 “그래도 훌륭하게 자란 제자들을 만나게 돼 보람을 느낀 날”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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