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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그치는 금융권 채용비리 재판

실무진 대부분 벌금·집행유예…경영진은 무죄
법적 근거 미흡하고 처벌 수위 낮은 탓
與, 처벌수위 높인 '공정채용법' 입법 추진

 

최근 몇 년간 주요 금융사들의 채용비리 사건 관련 재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률이 미흡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이 기존 법률을 보완한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유다.

 

지난 7일 검찰은 영업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2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동일하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아울러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 원 가납지급 명령을 내렸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임 중이던 당시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지인의 청탁을 받고 채용 과정에 개입, 불합격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 행원의 남녀 비율을 미리 정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3월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선고기일은 오는 10월 19일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제5조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사람은 금융사 임원 자격을 상실한다. 다만 항소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임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신한카드 역시 오는 10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모 부사장과 신한카드 법인에 각각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이 모 부사장은 신한카드의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9월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미리 정해둔 남녀 성비(7:3)에 맞춰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하면서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임의로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채용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돼 왔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드물었다. 국민은행 전 인사팀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실무자는 벌금 또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등 경영진들도 처벌을 피해갔다.

 

이는 현행법에 채용 비리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대부분의 사건에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 탓이다. 채용 비리 관련 행위가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는지를 입증하지 못해 처벌로 이어지지 못한 것.

 

이와 관련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다 보니 직접 증거가 없어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형량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채용 비리 관련법의 약한 처벌 수위도 영향을 미쳤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채용 청탁·강요 등의 행위를 한 자에게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법 또한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만 두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는 채용비리 현상이 너무 뿌리 깊어 법 제도가 아니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채용비리의 개념을 정의하는 등 우리만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흡한 법률 탓에 처벌 공백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은 지난 5월 '공정채용법'(채용절차공정화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해당 법안은 채용 과정의 부정행위에 대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허용하고, 부정 채용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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