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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잼버리 파행으로 실추된 대한민국의 국격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 등록 2023.08.11 06:00:00
  • 13면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미래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선보여야 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연일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4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실망도 아픈 대목이지만, 이들이 전 세계에 전송하고 있는 sns상의 부정적 이미지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역대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국제행사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파행의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도 예산상의 문제도 아니다. 순전히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문제가 됐던 폭염과 태풍, 해충은 갑작스러운 일도 불가항력적인 일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새만금의 8월 습하고 무더운 날씨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여가부장관도 지난해부터 대회 직전까지 폭염과 태풍, 해충피해 우려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누차 강조해서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가?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력,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 붕괴 말고는 답을 찾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국제행사는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한다. 행사가 수 개월 앞으로 다가오면 대통령실이 TF를 운영하면서 주무부처와 관련 지자체로부터 일일보고를 받으며 준비상황을 체크한다. 8월 2일 휴가 중이던 윤석렬 대통령은 잼버리 개영식에 직접 참석했다. 정부 입장에서 그만큼 중요한 행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개영식 전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개영식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에도 환자들이 속출했다. 정상적인 정부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실이 관련 기관의 보고 조차 받지 않았거나 기관이 보고를 누락한 것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장 위기상황에 대한 실시간 점검과 보고가 없으니 당연히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잼버리의 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이 철수를 결정했다. 자국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주무부처의 수장인 여가부장관은 “지금은 오히려 위기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 잼버리 사태의 크라이막스 장면으로 기록될만큼 기괴한 발언이다.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위기를 자초한 주무부처의 장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무한책임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전정부에 책임을 돌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 주장은 할 수 있으나 동의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안전한 대한민국, 품격있는 대한민국, 국제적으로 당당한 대한민국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국민이 바라는 정부시스템을 만들기 바란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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