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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뉴라이트 사관 국정운영과 사회적 갈등의 확산

홍범도 장군 흉상을 그대로 두라

  • 등록 2023.09.01 06:00:00
  • 13면

역사학자 E. H. 카에 따르면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이자,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대화에 윤대통령이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직접 팔소매 걷어붙이고 참여하고 있다. 8.15 경축사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간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국가 정체성과 역사 논쟁에 중심에 섰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부대응,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으로 촉발된 정치적, 이념적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윤대통령의 ‘뉴라이트적 역사관’에 기초한 메시지가 자리한다. 소위 ‘공산전체주의 세력’ 비판은 여당의원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강경투쟁을 독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국판 뉴라이트 사관은 ‘일본 식민지근대화론’,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 -이승만 국부론’ 등 주장으로 보수정권으로 정권교체 때마다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김기협은 <뉴라이트 비판>을 통해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며, 정부 수립 이전의 대한은 없으며, 이승만은 대한을 문명화한 인물이고, 일본은 우리를 근대화로 이끌었으며, 성장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그다지 독재나 민주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고, 민족을 외치면 곧 좌파라 하고, 미국만이 살길이라 여기며, 대기업 독점과 공공의 민영화가 곧 선진화이고, 돈, 성장, 경쟁, 자본주의에 살아남은 것이 모든 최고의 가치며 옳은 것이다.” 라고 뉴라이트의 생각을 정리했다.

 

정치철학적으로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단정 짓고 '자본주의가 곧 문명'이라고 믿는 뉴라이트 인사들에게 역사가 증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일제 강점기 친일 협력자를 옹호하거나 일제의 조선 지배를 찬양하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친일파는 인간 본성에 충실했을 뿐이고, 아시아적 정체성에 허우적거리던 조선이 선진 문명을 보유한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은 행운이다. “홍범도 허물고 백선엽 세우자”는 논리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당사국 일본인들의 반대 논리보다 더 관대한 입장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밑바탕이 깔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홍범도 장군은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고, 일본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공산주의권과 대립하는 자유 진영 즉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다.

 

역사 해석을 통치자 또는 집권세력들의 철학, 역사관에 따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과거 정부때부터 지속되었다. 김영삼정부 ‘역사바로세우기’, 김대중정부 ‘제2건국’, 노무현정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이명박정부 ‘건국절, 역사교과서 개정’ 등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박수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 냉담한 반응과 함께 유야무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사관과 일련의 정치 행보는 김영삼 문민정부에서 김정남 수석-한완상 통일부총리가 추진한 친일잔재 청산과 상해임시정부 정통성 부여와 가장 대척점에 있다고 하겠다. 이대로 가면 아마도 ‘이승만 국부’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다. 신자유주의 뉴라이트 철학은 경제정책에서 한국 보수세력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이미 기능한다. 그런데 권력의 힘으로 역사문제까지 아전인수격으로 확장해 정쟁 도구화하고, 메카시즘화 하며, 편가르기 한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역사논쟁은 역사학자에게 맡기고, 홍범도 장군 흉상 그대로 두라. 국민이 불편하면 물러서는 것도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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