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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 학대받던 개 무더기 구조…‘동물권’ 강화 시급

개 번식장의 야만은 물론 학대 풍조 타파할 묘책 마련 절실 

  • 등록 2023.09.05 06:00:00
  • 13면

경기도가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화성시의 개 번식장에서 1천 마리가 훌쩍 넘는 개를 구조했다는 뉴스는 놀랍기 그지없다. 상상하기 힘든 잔인한 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소식은 더 충격이다. 국제사회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 동물 학대 문화의 유무에 견주어 문명국과 야만국의 경계를 가르는 추세다. 21세기 현대국가에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 동물 학대·학살 풍조를 일소할 보다 확실한 정책과 문화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기도는 지난 1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와 함께 화성시 팔탄면의 개 번식장에서 약 1410마리의 개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위엑트의 제보에는 ‘어미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내는 등 동물 학대가 있고 안락사시키거나 죽은 강아지들의 사체를 냉동실에 보관하고 뒷산에 매립했다’는 잔혹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구조 현장 냉동고에는 신문지에 쌓인 개 사체가 100구 가까이 발견됐다.


제보 직후 김동연 지사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즉각 출동한 특별사법경찰단은 번식장 소유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의사를 확인받았다. 구조된 개 중 737마리는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경기반려마루’(583마리)와 도우미견나눔센터(104마리)에 나뉘어 각각 보호토록 했다. 나머지 개들은 경기도의 보호비 지원 속에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올해 경기도에서 불거진 반려동물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1천200여마리의 개가 사체로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60대 남성은 키우던 개를 처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한 마리에 1만 원씩 받거나 번식장에서 개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그렇게 데려온 개들을 방치하고 굶겨 죽였다. 


번식장의 동물 학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정 나이 이하 반려견 암수컷을 철장에 넣어 강제 번식을 유도하는 번식장은 24시간 기계를 돌리는 생산공장에 가깝다. 발정유도 약품 사용 등 가학적인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형언키 어려운 번식 학대를 당한 뒤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5~6세에 이르면, 양평 사건처럼 불법 처분되거나, 식용으로 팔려 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합법적 동물생산업장은 총 2천19곳이다. 불법 번식장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강아지 공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의 생산 및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반려동물등록제, 반려동물 이력관리제 등 관련 법·제도의 준수의식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다. 모견 및 종견의 출산 나이 제한, 불법 생산업체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세부적인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동물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엄한 생명체로서 동물이 가지는 권리’에 공감하는 일은 인간 삶의 차원을 고양하는 최고의 미덕이다.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학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라가 언감생심(焉敢生心) 무슨 수로 평화를 사랑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동물 학대는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감동적인 ‘동물 사랑’ 풍토를 일궈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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