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입양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사설 보호소’를 빙자한 일부 펫샵에서 입양을 미끼로 반려동물을 고가에 판매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신문은 반려동물 입양 문화 정착을 저해하는 신종 펫샵의 수법을 소개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입양인지 판매인지”…반려동물 입양 후원금 연간 180만원
<계속>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예비 입양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입양이 아닌 판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반려동물 입양을 결정하고 하남시의 한 ‘사설 보호소’를 찾은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최근 해당 보호소가 SNS에 올린 유기견 사진을 보고 문의 이틀 뒤 오후 보호소를 방문했는데 사진 속 유기견은 이미 오전에 입양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보호소 관계자는 생후 2개월도 안된 말티즈를 추천하며 입양에 따른 비용은 전혀 없다고 안내했다. 어린 강아지에 마음을 뺏긴 A씨는 입양하기로 마음먹고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당초 설명과 달리 보호소는 후원금을 요구했다. 어린 반려견의 재판매를 막고 보호 중인 성견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보호소는 설명했다.
A씨는 보호소 관계자의 말에 수긍하며 좋은 마음으로 후원금을 내기로 결정했는데 보호소가 제시한 후원금은 황당한 수준이었다. 매달 15만 원씩 12개월, 18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원금 조항은 입양계약서에도 명시돼 있었다. A씨는 사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결국 입양을 포기했다.
A씨는 “12개월 동안 후원금을 지불하면 반려견을 할부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180만 원을 주고 반려견을 사려면 보호소가 소개한 강아지보다 더 좋은 개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 농간에 속아 반나절을 허비한 것도 기분 상하지만 입양에 대한 고민을 거쳐 결정한 예비 입양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상술에 당한 것 같아 기분이 더 나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일부 사설 보호소는 후원금 명목으로 반려견을 고가에 판매하는 것도 모자라 인기가 없는 성견을 입양하려는 예비 입양자에게는 용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른 한 사설 보호소 경우 비교적 인기가 없는 생후 5~6개월의 반려견을 무료 입양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판매하는 강아지 용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용품 가격도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에 달했다.
말은 무료 입양이지만 결국 돈을 주고 사는 ‘분양’인 셈이다. 경기도, 인천 등에 위치한 이들 사설 보호소의 특징은 공식 홈페이지 없이 SNS, 블로그 등을 통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관하고 있지도 않은 어린 강아지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한 뒤 찾아온 소비자에게는 다른 강아지를 보여주는 것도 공통점이다.
반려동물 파양도 마찬가지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알려진 이천의 한 보호소의 경우 파양자의 죄책감을 이용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책임비를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사법기관에 적발된 해당 보호소는 입양되지 않은 반려동물을 동물처리업자에게 10~30만 원을 주고 넘겼고, 해당 반려동물은 야산에 암매장 된 것으로 드러났다.
입양‧파양을 빙자한 사설 보호소, 이른바 ‘신종 펫샵’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소비자가 직접 사설 보호소에 연락해 조목조목 조건을 따져보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사람의 감정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신종 펫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SNS 등에 올라온 사진에 현혹되지 말고 보호소에 직접 연락해 조건 등을 알아보고 가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