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생률로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계획은 출생률을 당장 유의미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이 뿌리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지역 간 인구쟁탈전에 그친 개념이란 지적도 나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경기신문은 국내외 생활인구 중심 지역소멸 대응 정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1천억 쏟아부어도 출생률은 제자리…대응정책 실효성 의문
②정주인구 아닌 유동인구 늘리는 기본계획…‘유령도시’ 부작용 우려
③외국인으로 채워진 ‘인구 쟁탈전’…“지금이 한국의 골든타임”
④발등에 불 ‘지역소멸’…진정한 소화(消火)제는 출생률 제고
<계속>
극심한 저출생으로 전국 지자체 89곳의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인구감소대응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는 생활인구 유입으로 경제를 활성화해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복안이지만 근본적으로 인구감소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저출생 대책은 공회전하고 있다.
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어린이집 시설의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19년 4.60%, 2020년 5.40%, 2021년 6.00%, 2022년 7.50%로 매년 2000여 곳씩 사라지고 있었다.
보육아동수도 전년 대비 2019년 3.60%, 2020년 8.80%, 2021년 4.80%, 2022년 8.10%의 감소율을 기록해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출생아 수가 줄면서 어린이집 시설수도 줄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부부가 출산을 망설이면서 저출생이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도시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같은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전국 89곳은 소멸 위험이 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인구감소대응 정책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 관광상품 개발 등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들을 선두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지역소멸 현실화가 눈앞에 닥치자 출생률 제고보다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인구유입으로 초점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활인구 정책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제언하는 가운데 지역 내 출생아 수를 늘리기 위해선 일자리 창출 등 타지 인구의 체류보다 출생·양육 인프라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혼여성이 생각하는 자녀를 안심하고 낳아 기를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안전한 자녀양육 환경 조성(15.3%)’과 ‘질 높은 보육육아지원 시설 확충(14.8%)’이 가장 많았다.
정부가 지역인구 증가를 위해 내세우는 유입인구 정책과 같은 맥락인 ‘경기 활성화’는 8.6%, ‘복지수준 향상’은 4.2%, ‘주택시장 안정’은 2.3%로 출생·양육에 있어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되고 있었다.
이처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확보가 절실한데 정부는 오히려 내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 예산을 15% 이상 삭감하면서 양육 도움을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아이가 줄어들면서 어린이집이 줄어들고, 양육이 어려워진 데 따라 다시 출생률이 줄어드는 악순환 속 조부모의 손을 빌려 양육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서부터 인구감소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부모의 양육 어려움을 덜어줌으로써 출생률을 제고한다는 목표로 조부모 손자녀 돌봄수당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광주시 출생등록 수는 2010년 1만 3847명에서 2011년 1만 4121명, 2012년 1만 450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 최초 인구감소지역 지정 당시 인구가 감소한 광역단체 중 가장 적은 감소세를 보여 광주시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기초지자체는 없다.
이 시기(2020년 기준)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입인구(순이동자수)는 오히려 6083명 줄었음에도 출생아 수가 2020년 7410명에서 2021년 8040명으로 증가해 지역소멸 위기 지수가 완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서울시, 경기도 등도 조부모 양육수당 정책을 도입 중인 한편 부모의 육아 부담이 조부모로 옮겨가는 등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