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회가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 28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신문 보도(‘구리시·문화재단, 백경현 공약 발목 잡기에 발끈’)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해 제331회 제2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4년 구리시에서 개최될 제34회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을 모두 삭감,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 삭감이유였단다.
구리시와 구리시문화재단에서는 ‘백경현 시장 공약사업에 대한 발목 잡기’ ‘시장의 공적이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판단한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은 2800만 원이다. 상금이 2500만 원이고 나머지 300만 원은 운영비로 사용된다. 지역이나 대학축제에 초청하는 유명가수 한명의 출연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서 시 재정에 큰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구리시가 추경에 다시 올린다고해도 의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체 의원수 8명 중 야당의원이 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이 구리에서 열리게 된 것은 방정환 선생 묘소가 망우리역사문화공원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구리시 교문동에 속해 있다. 이에 백경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방정환 아카데미 권역별 건립’, ‘교문도서관 리모델링 후 방정환도서관으로 이름 변경’,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방정환 특화사업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당선된 후 약속대로 지난해 11월 제33회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을 구리시에서 열었다. 방정환 선생이 33세에 운명했고, 문학상도 33회, 2023년이 어린이날을 공포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특별한 시상식이 됐다.
방정환 선생(1899~1931)은 평생 어린이를 사랑하면서 아동보호운동과 아동문학 보급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으며 최초의 아동문화운동 단체인 색동회를 조직, 그 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선생은 아동문학 창작뿐 아니라 번역 ·번안 동화와 수필과 평론을 통해 아동문학을 보급했고, 가성세대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아동보호운동에 매진했다. 동화구연대회, 아동예술 강습회, 소년지도자대회 등도 주재했다. ‘어린이’라는 용어는 그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늙은이, 젊은이와 어린이를 대등한 개념으로 여기도록 계몽을 펼쳤다.
방정환문학상은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1년 제정된 상이다. 그간 ‘아동문학평론’ 발행인 김용희 교수가 주관해왔는데 백 시장이 시상식을 구리시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함으로써 구리시 사업이 됐다. 구리시는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방정환아카데미, 방정환도서관 등 방정환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세계아동문학의 중심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구리시의회 권봉수 의장도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구리시가 아동문학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바 있다. 그러면서 시상식 예산을 싹둑 잘라버린 것이다. 구리시의회가 ‘방정환’이란 훌륭한 문화자산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