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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코너] 이스라엘은 유럽의 ‘정착민 식민주의’ 업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지 138일째이다.

 

138일 동안 쏟아부은 폭격으로 2만 9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그중 6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으로 추정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비극은 하마스와의 전투는 찾아볼 수 없고, 병원, 학교, 피란민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달 26일, 집단 학살로 판결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판결을 반유대주의적 편향이라고 비난하며, 끝내 가자지구의 마지막 의료 시설과 대학교까지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도 이후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평균 5년에 한 번씩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매번 이스라엘의 영토는 점점 커지고 팔레스타인 영토는 점점 줄어든다.

 

전 세계 인권법 전문가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국가 창설 과정과 국가 운영 방식을 ‘정착민 식민주의’적 프로젝트로 비난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충돌도 전쟁이 아닌 인도주의적 위기, 즉 대량 학살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우리 문명은 지난 몇십 세기를 거쳐 유럽계 백인들의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에 쓰이는 수법을 봐왔다. 그들은 반복적으로 전 세계의 원주민 수를 '정리'해서 그 자리에 정착민 사회를 설립해 왔다. 선주민들의 민족성이나 정체성을 부인하고, 정착민 사회의 문명적, 인종적 우월성을 내세워 원주민들의 집단 학살을 정당화하고 그들의 땅을 약탈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례도 비슷하다. 이스라엘 국가 창설 기반에는 유대인들이 20세기에 함선을 타고 팔레스타인 부두에 도착하기 전, 그곳이 '무주지(無主地)’였다는 주장을 한다.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도, 정체성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정착민들의 정권을 설립해 차별과 인종주의에 기초한 법을 제정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해 왔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전 세계 ‘정착민 식민주의’ 역사와의 공통점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원주민 지역 사회들이 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서방 국가들은 왜 이 사태를 방관하는지 알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된 10월은 팔레스타인에서 한창 올리브 나무를 수확할 때이다. 매해 수확 철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과수원을 침입해 불도저로 올리브 나무를 밀어버리거나, 기름을 붓고 불태우거나, 뿌리까지 고사시키는 독한 제초제를 뿌린다. 1967년 이후 지금까지 총 8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파괴되었으며 그중 대다수는 수 세기를 거쳐 대대로 키워온 나무들이었다.


대책 없이 학살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매일 무자비하게 뽑혀 나가는 인류 평화의 상징, 올리브 나무. 이것이 바로 인권 주의를 내세우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식민주의적 정책이 낳은 비극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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