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시사에서 김수영만큼 논의되고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시인도 드물다.
시인의 시가 그만큼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자 여전히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던져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문학계에서 김수영에 관한 연구들이 폭발적으로 생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관점의 다양성도 생겨났지만 이들 성과들을 한데 모으지 못해 연구의 일관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이 점에서 ‘살아있는 김수영’(창비 刊)은 작품론부터 그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김수영 연구의 다양한 성과들을 모아 점검한 책이다.
이 책에는 각 분야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김수영을 평가하고 논의한 글을 김명인과 임홍배 교수가 엄선해 열다섯 편의 글로 실려 있다.
김명인이 책 머리에서 ‘협동적이고 축조적인 방식의 공동연구’가 절실한 이때에 그 초석으로 놓여질 만한 글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앞으로 본격적인 김수영학(學)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에서는 김수영의 시작품에 대한 오늘의 해석을 담은 작품론을 모았다.
정남영의 ‘바꾸는 일, 바뀌는 일 그리고 김수영의 시’에서는 김수영 시의 난해성에 주목해 설명하고 강연호의 '위대의 소재(所在)와 사랑의 발견'은 김수영 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초로 위대의 소재를 제시한다.
박수연의 ‘국가, 개인, 설움, 속도’에서는 50년대 김수영의 시를 다루는데 그를 이해하는 키워드인 설움과 속도를 개인과 국가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하면서 김수영이 국가와 개인의 상충하는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 속에서 현실을 돌파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한 임홍배의 ‘자유를 위한 시적 여정’은 김수영의 시에서 4.19 혁명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는데 혁명의 고양과 좌절을 거쳐 정직한 양심이 역사에 대한 열린 사유로 진전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제2부는 김수영의 시론과 산문에 대한 비평을 모아 '김수영의 시론과 산문'으로 묶었으며 제3부에서는 김수영의 생애와 그의 작품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 글을 모아 '문학사적 의의'로 묶었다.
끝으로 제4부에는 김수영과 연관된 영향관계를 다룬 글들을 싣고 있는데 한기의 ‘박 인환과 김수영, 혹은 문학사적 짝패의 초기 동행여정’은 당대 최고의 모더니스트로 평가받던 둘의 경쟁의식이 우리 현대시사에 끼친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유중하의 ‘하나에서 둘로’는 김수영이 후배 시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점검하면서 신동엽과 황동규를 그 양대 적자로 꼽고 있다.
책의 제목 '살아있는 김수영'은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창비 1990)에 백낙청 교수가 붙인 발문에서 따온 것으로 진정한 '살아있음'이란 끊임없는 관심과 토론의 과정을 통해 합의를 바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412쪽, 8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