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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공장 하나에 20조 원…세제 혜택으로 감당 어려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
"이노·E&S 합병, AI 문제 해결 위한 것"
"진화할 필요"…상속세 관련 '쓴소리'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의 SK 경영 및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결정에 대해 "두 회사가 합쳐지면 훨씬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AI 때문”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산업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생긴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 산업을 관둘 수는 없다"며 "지금 주춤하는 모습은 있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 시기까지 사업을 잘 돌아가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 자체는 본질적으로 배터리 캐즘과 무관하게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 그룹의) 에너지 회사들이 다시 뭉치는 것은 AI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며 "AI 산업에 투입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한 회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앞서 열린 강연에서 2028년이 되면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전력량이 지금보다 8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포함 관련 인프라를 계속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AI를 잘 이해하는 'AI 워리어(전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 또는 많은 AI와 관계된 곳들이 우리나라를 택하지 않고 공동화가 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다른 데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주 최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두고 "완전히 다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안 준다면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에 있어 보조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그는 “팹(공장) 하나를 지을 때 대강 20조 원이 든다. 세제 혜택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고,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한국 역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이런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경제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상속세 개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가능한 한 기업을 좋게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상속세가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각자 기업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나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그것을 받아주는 디테일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의 법은 그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일률적으로 ‘당신 몇 퍼센트야, 그러니 세금 내’라는 것이고, ‘세금을 어떻게 내’라는 것도 없다”며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상속 금액의 몇 %를 당장 내’ 혹은 ‘5년 동안 잘라서 낼 수 있도록 해’ 이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상속 제도는 각자 기업들이 가진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상속세 개편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경제단체 수장의 발언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가업승계에 나설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다”며 “그게 지금 ‘몇 %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저는 (상속세를) 5년간 유예해 주고 5년 뒤에 주가를 많이 올려 주식 일부를 팔아서 이걸 내겠다’ 한다면, 이건 나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어떻게든 회사를 잘 되게 만들어 주가를 올리는 게 좋은 것이라면 그것은 받아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많은 나라들도 이런 고민이 항상 있었을 것”이라며 “일본은 지금 가업승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맞이하고 있는데, 일본에는 중소기업 가업승계 해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업이 약 60만 개”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도 무엇인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디테일에 대한 연구가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균형감각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제주포럼 개회사를 통해 “과거에는 (질서가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있었지만 지금은 정글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는데, 국회 역시 입법 과정에서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략을 만들 때 (과거와 비교해) 위험도가 달라졌으니 이에 대처하는 모습이 다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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