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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변곡점 선 通化정책…내수 살리려니 집값·가계대출 '불안'

한은, 기준금리 13연속 동결…역대 최장 기록
美 연준, 9월 금리인하 시사…빅컷 가능성도
물가 둔화세 뚜렷…내수 부진에 GDP 역성장
금리 인하, 집값 상승·가계부채 촉발 우려
"한은, 美 인하 이후 10월에 낮출 전망" 우세

한국은행이 18개월 이상 이어진 '긴축 모드'를 한 차례 더 유지하기로 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10월 이후로 밀렸다. 미국이 피벗(정책 전환)을 시사하고, 내수 부진 또한 심상치 않아 한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세지만, 섣부른 결정이 과열된 주택시장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은은 딜레마는 깊은 상황이다.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된 여러 변수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3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을 새롭게 썼다. 미국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고, 경기 부진 우려도 높아져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었음에도 심상치 않은 집값 오름세 등 부작용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2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이하 통방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0.25%포인트(p) 인상한 후 그해 2월부터 이달까지 13차례 연속 묶어뒀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다음 통방회의가 열리는 10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연 3.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진 가운데 성장세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흐름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선제적 움직임 필요"…미국 9월 '빅 컷' 가능성에 압박 강도↑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은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이었다.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오는 9월 빅 컷(한 번에 0.5%p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선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을 통해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됐고 고용시장이 둔화됐다고 판단해 금리 인하 시동을 건 셈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도 높아졌다.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 우리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저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낮춰 한국과의 금리차가 줄어들 경우, 금리를 인하해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작아진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압박이 이어졌다. 윤상현(국힘·인천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늦어버린 미국의 0.5%p 금리 인하 빅스텝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리가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오는 22일 열리는 금통위 0.25%p 금리 인하를 결정하고, 미국이 9월에 빅스텝을 하면, 10월 초 연이어 0.25%p 인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정례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가 금리 인하에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길 바란다"며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었다.

 

 

◇ 물가 꺾이고 지갑 닫혀…2분기 GDP 역성장

 

경기와 물가 지표 또한 금리 인하론을 뒷받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째 2%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6월 2%대로 떨어진 후 2.9%를 유지 중이다. 

 

한은 또한 물가가 안정세를 찾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방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22일 통방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며 "물가 수준만 봐서는기준금리 인하 요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이는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마이너스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 부진'이다. 승용차, 의류 등 재화소비가 줄면서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2% 줄었다. 1분기 민간소비(0.7%)의 경우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개선됐으나 2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서 내수 회복이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도 내수 부진 문제를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통방회의 이후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며 "(정부로서는) 소비를 살려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하향조정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망치를 내렸다. 한은도 2.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2.4%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경제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반등은 단기간에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 내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 22일 "내수는 회복 흐름을 재개했지만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며 "기업 투자 여력 증대, 물가 상승률 둔화 진전 등에 힘입어 개선흐름을 재개하겠지만 상승 폭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집값·가계대출 증가세가 '발목'…영끌족에 경고 날린 한은 총재

 

이처럼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집값 때문이다. 불어난 유동성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역대급으로 쌓인 가계부채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됐던 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등을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오르며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118)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지역 또한 같은 기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16까지 오르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도조절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음에도 수요는 잡히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 9178억 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4조 1795억 원 증가했다.

 

금통위원들은 지난달부터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 및 가계부채 급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해 왔다. 지난달 통방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가)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다른 위원도 "금리 인하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노리고 대출을 총동원해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에게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며 경고를 보냈다.

 

 

◇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조…"10월 이후에 내릴 것"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20일 종가 1333.2원)까지 내려오며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변동 폭이 아직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중동 지역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국제유가 또한 널뛸 수 있다.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레바논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러한 충돌이 확전으로 번져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자극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9월 금리를 인하한 후 10월에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집값 우려에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지만, 연준이 9월 0.5%p 내릴 경우 금통위는 10월에 이어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대한 고민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외환시장 불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긴축 통화정책 유지 기간 연장”이라며 “10월이 아닌 11월 첫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과 같은 11월로 생각한다"면서도 "연준이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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