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추석 연휴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며 취임 이후 첫 번째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를 마무리한다. 앞서 업권별 간담회에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의혹이 꾸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금융지주를 필두로 한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하며 책무구조도 조기도입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달 말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간담회는 당초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과 겹치면서 연기됐다.
통상적으로 취임 이후 금융지주 회장단을 가장 먼저 만났던 전임 위원장들과 달리 김 위원장은 개별업권 수장들을 먼저 만났다. 그는 지난달 20일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22일 여신전문업권, 28일 보험업권, 29일 금융투자업권 CEO들을 만났고 이달 들어 2일 저축은행업, 5일 자산운용업, 9일 상호금융권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일곱 차례의 간담회에서 업권별 문제를 과감히 지적해 왔던 만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했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업권과의 만남에서도 '신뢰 회복'과 '본연의 역할' 등을 강조하고 체질개선을 당부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추석 연휴 직전 처음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횡령, 부정대출 이슈 관련 우리은행과 지주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금융위원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영진들도 금융사고와 관련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엄정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임 회장 등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우리금융 이사회나 주총 등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일환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책무구조도의 시범 운영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오는 11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금융사에게 컨설팅과 임직원 제재 감경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들이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들의 경영 승계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당부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승계절차를 개시했고, 다른 금융지주들도 조만간 후임 추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을 가장 마지막에 만나는 만큼, 금융권에 종합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상견례 형식 자리로 끝나기 보다는 현안에 대한 당국의 목소리가 여과없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