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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표징] 가을과 외로움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어주어 찜통더위는 완전히 물러간 듯하다. 가을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이 왔다. 왜? 가을은 잎이 떨어지는 계절이고 잎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나무가 생애 주기 중 생명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무는 겨울이라는 죽음에서 봄이 되면 다시 생명을 활성화해 찬란하게 부활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을은 한 해의 마무리 단계를 준비하는 시기이고 이 준비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온 한 해를 돌아보는 성찰이다.

 

이렇게 성찰할 때 내가 이뤄낸 것들도 떠오르겠지만 가장 먼저 나 자신의 “존재”를 보게 된다. 존재 자체를 돌아보면 그리 대단한 것이 없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까치발을 하며 키를 높이거나 자신에게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을 위해 미리 영어판, 아주 두꺼운 하드커버 책을 옆에 끼고, 특히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라는 영어 제목이 크게 쓰여 있는 책의 제목이 잘 보이고 손이 가리지 않도록 잡고 걷는 사람은 쉽게 성찰할 수 있는 마음이나 능력은 떨어질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 내 존재를 보며 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절망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철모르는 성찰이다. 내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깨달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완전하신 한 분 하느님이 창조하셨기에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첫째, 행복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이다. 대단히 죄송한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 인간존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행복하지 않은 존재”이다. 이는 일부러 단어를 골라서 쓰는 것인데, “불행한 존재”라고 쓰지 않았다. 불행한 존재가 되려면 어떤 불행한 사태가 내게 닥쳐와야 불행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존재론적으로 보면 인간존재는 “행복하지 않은 존재”이다. (그럼, 행복 하려면? 다음 기회에 쓸 것이다) 둘째, 외로운 존재이다. 이는 신학적 인간론 차원에서 그렇다. 왜냐? 구약의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흙으로 빚으시면서 “우리의 모상(the image of God)”대로 만드셨다. 여기서 “우리”는 성 삼위(Trinity, 성부, 성자, 성령)를 의미한다. 성 삼위는 위 격(person)이 셋이다. (물론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 위 격이 셋인 하느님 닮게 인간존재를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셋은 하나가 아니다. 즉 셋은 복수이지 단수가 아니다. 하여 그런 하느님을 닮은 인간존재도 홀로, 단수로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항상 복수로, 공동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혼자 있을 때 존재론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인간존재의 “공동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가을이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고(분위기는 좀 더 외로운 느낌에 보탬이 되지만) 언제든 인간이 혼자 있으면, 즉 단수로 있으면 당연히 외롭게 된다. 하여, 가을이 되어 더위도 가셨으니 더욱더 공동체성을 발휘하여 연대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도 관심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글쎄 외로울 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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