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구성원의 행동을 규제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제 방식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낙인 효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행동이나 특성이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규정되었을 때, 그 행동을 한 개인은 사회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고립되거나 배제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사회적 낙인을 받아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그 정체성은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이를 통해 사회는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을 억제하며 집단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 타투(문신)에 대한 낙인 효과는 이와 같은 사회적 통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타투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여겨졌다. 기독교 전통에서 신체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타투는 이를 훼손하는 행위로 해석되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범죄자에게 타투를 새겨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타투를 이교도의 상징으로 간주해 금지했다. 타투를 금기시하는 행위는 단순히 신체 표식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을 위반한 자에게 상징적 낙인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기독교 사회는 타투를 통해 자신들의 규범과 신앙을 지키고, 집단의 정체성을 보호하려 했다. 그 결과 타투는 사회적 통제와 규범 유지의 중요한 기제로 기능했다.
18세기 이후 서구 사회는 폴리네시아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타투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폴리네시아에서 타투는 단순한 신체 장식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탐험가 제임스 쿡의 폴리네시아 방문 이후, 서구인들은 타투가 반사회적 행위나 범죄의 상징이 아니라 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서구 사회에서 타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19세기에는 해군과 같은 집단에서 타투가 수용되기 시작했다. 타투는 더 이상 범죄자나 사회적 소외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으며, 폴리네시아와의 문화적 교류는 타투에 대한 낙인을 약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타투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오히려 타투는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예술적 가치를 지닌 신체적 표현으로 인식된다. 20세기 후반을 기점으로 많은 이들이 타투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물론 일부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회적 수용도는 많이 증가했다. 타투 사례처럼, 특정 문화적 표현에 대한 낙인은 다른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약화할 수 있으며 사회적 규범은 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가 가능하다.
범죄자나 규범 위반자가 가지는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요인에 낙인을 찍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문화적 표현에 대한 억압은 그 표현이 가진 본래 의미를 왜곡시키고,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사회는 특정 문화를 낙인찍어 통제하는 대신에 여러 표현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안정과 발전은 단일한 규범의 강요가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상호 존중과 포용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