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정부에서 현재 추진 중인 ‘세컨드 홈’ 혜택을 인구감소지역뿐 아니라 인구감소관심지역 빈집까지 확대해 달라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도농(都農)을 불문하고 골칫거리로 떠오른 빈집 증가 문제와 인구감소해소책의 일환으로 ‘세컨드 홈’ 혜택 정책 대상 지역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잘만 설계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영리한 정책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인구감소지역 부활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컨드 홈’ 정책을 발표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격 4억 원 이하 주택 1채를 추가 취득하면 1주택자에 준하는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특례를 적용하는 게 주요 골자다.
경기도 내 인구감소지역은 가평군과 연천군이지만, 현재는 연천군만 접경지역으로서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도는 가평군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관심지역인 동두천시, 포천시의 빈집까지 빈집 해소 및 인구 증가를 위해 ‘세컨드 홈’ 혜택을 부여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도의 건의안이 시행되면 투자 여력이 있는 자가 인구감소지역과 인구감소관심지역 빈집을 세컨드 홈으로 취득하고, 보수 등의 빈집정비사업을 하면 거주인구나 생활인구 증가로 이어져 ‘인구감소지역 등의 생활 활력 증진’과 ‘빈집정비 활성화’ 모두를 달성하는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이 경기도의 분석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 2052호였다. 이 중 농촌이 6만 6024호, 도시 4만 2356호, 어촌이 2만 3672호다. 전국 빈집 중 철거된 빈집은 8444호로 6.4%밖에 되지 않는다. 2022년 12월 말 기준 경기도 내 빈집은 모두 4104호로써 농어촌지역에 2454호(59.8%), 도시지역에 1650호(40.2%)가 있다.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도 많지만, 철거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이행강제금도 없어서 이만저만 진퇴양난의 문젯거리가 아니다. 빈집 관련법도 부처마다 달라 관리 체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난제다.
빈집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권한부터 확대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빈집법(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했다. 일본 역시 우리처럼 법 개정 전에는 소유주나 상속자 등 이해관계인만 빈집에 대한 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었다. 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빈집정비의 첫발조차 뗄 수 없었다.
그러나 개정법은 빈집 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지자체가 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소유주를 대신해 빈집을 관리하는 사람인 재산관리인을 통해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개정법은 지자체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빈집정비 절차를 간소화하고 활용 방안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도 담았다. 이른바 ‘빈집 등 활용 촉진 구역’에서는 빈집 활용 과정에서 용도 변경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진행할 수 있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지만, 지방의 인구소멸 지역의 위기는 대단히 심각하다. 하지만 중앙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위기의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현실을 도외시하고 강력한 ‘불법 농막 단속’ 방안을 내놓았다가 황급히 거둬들인 정부의 시행착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빠른 속도로 소멸해가는 지방에 그나마 농막으로 인해 도시인들이 조금씩 드나드는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대책에 불같은 저항의 민심이 나타났었다.
당초 정책을 뒤집어 ‘체류형 쉼터’ 정책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주민등록 이전 불허’ 등 구태의연한 행정을 개선하지 않고 있어서 한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촌에 사람이 사라진다는데, 농막이면 어떻고 밭떼기면 어떤가. 왜 농촌으로 가려는 발길을 막아서는가.
‘세컨드 홈’ 혜택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날로 늘어가는 도시 빈집 때문에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으면서 해마다 거액의 돈을 정비 사업에 쓰고 있는데, 왜 해결책을 막아놓고 미련을 부리고 있나. 지금 이대로 가봤자 지자체의 정비 사업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세컨드 홈’ 혜택의 폭을 가능한 한 넓혀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 효과를 추구하는 게 백번 옳다. 경기도의 제도개선안은 명분이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