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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또 내린 미국…딜레마 커지는 한은

美 연준, 정책금리 0.25%p 추가 인하
한·미 금리차 축소…경기 침체 우려↑
1400원 육박하는 '강달러' 발목
집값·가계부채도 안정 확신 일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추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약 2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었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재선 성공 이후 1400원까지 치솟으며 커지고 있는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는다.
 

미 연준은 지난 6~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4.75~5%에서 4.5~4.7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 9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하며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뒤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해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다음 달 금리 인하가능성을 열어두며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그는 "경제 상황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소규모 움직임(0.25%p 금리 인하)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볼 때 대선이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8월 트럼프 당선인은 연준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최소한 대통령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3.25% 수준인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바 있다.

 

미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1.5%p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금통위가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력은 충분해졌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가와 성장률 등 국내 경제 여건도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째 1%대를 이어가며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0.5%)를 한참 밑도는 0.1%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한은 기존 전망치인 2.4%에서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이후 널뛰고 있는 환율이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한다. 미국대선 직후 치솟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었다. 이후 8일 미국의 금리 인하로 138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짚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8일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글로벌 성장·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값과 가계부채 또한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9월과 10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연휴가 많았던 기간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진정됐다고 보긴 어렵다.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등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예정대로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지만 트럼프 당선에 따라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하는 불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11월 일단 동결하고,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한 후 트럼프 정책과 환율, 성장 등을 보고 하반기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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