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급등세를 보이던 금값이 지난주 4.6% 급락하며 3년 만에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예상되는 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온스당 2071달러였던 금값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달 30일 2800달러선까지 치솟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격히 하락해 지난 15일 256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러한 금값 급락의 주요 원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와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나면서 금값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금은 금리 하락기와 달러화 약세기에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비수익 자산이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6억 달러(약 8400억 원)가 순유출되는 등 투기 자금이 이탈한 것도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테슬라 등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안전 자산 선호도가 낮아진 것도 금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달러화 급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중앙은행들은 금을 694톤이나 사들였지만, 달러화 자산을 다각화하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 매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값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팬무어 리베룸의 애널리스트 톰 프라이스는 금값 상승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등에서 동력을 얻었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도 이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