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비대면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 제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주들의 '대출 보릿고개'도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15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일부 비대면대출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으나,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서민금융상품 및 소액급전대출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은 총 5곳으로 늘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 비대면대출 3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후 지난 5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비대면 판매를 추가적으로 막았다. 신한은행도 지난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모든 비대면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권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 9000억 원 증가해 전월(5조 6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연말까지 적용되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조치가 자리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초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자체 가계대출의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을 2% 이내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5대 시중은행 중 4곳이 이미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지 못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금리 조정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국내 20개 은행의 행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은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대금리차를 직접 점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예대금리차가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차주들의 자금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중단되고 있는 만큼, 급전 수요에 대응하려는 차주들의 혼선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긴 하나 연간 총량 관리 수치를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비대면 대출 창구를 계속 열어놓으면 실수요자를 심사하는 데 더 어려움이 있어 한시적으로라도 채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 대출 문턱이 연말까진 높아 소비자 불편이 심화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은행들도 별다른 해법이 없어 차주들이 불편하더라도 대출 가능한 은행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