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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열린 사회의 적은 과연 누구인가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자신의 저서를 마르크스 주의 비판을 위해 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때는 1945년이다. 나치의 잔혹함을 경험했고 스탈린의 전체주의 독재를 목격했다. 칼 포퍼의 이론은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하곤 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럴 듯 하게, ‘좀 있어 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은 칼 포퍼를 아는 척 한다. 특히 개신교 이론가들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대립 개념을 내세우곤 한다.

 

아이러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을 내세우는 집단들, 정당들, 교회들이 오히려 닫힌 사회의 행태를 더욱 적극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른 정당의 대표와 정치인들을 무리한 법조항을 내세워 활동을 규제하려 하는 것은 닫힌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동성애,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들의 집회는 그걸 지켜 보는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만든다.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동성애자 역시 상당수 태워 죽였다. 그 역사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

 

한 사회가 열린 사회인지 닫힌 사회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이다. 한국 사람들 중 일부는 기이하게도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올린 작가, 예술가들을 폄훼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도서로 규정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폐기시킨다.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의 2부 ‘몽고반점’에서 형부와 처제가 관계를 맺는 에피소드 때문인 모양이다. 다소 극우주의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5.18과 4.3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어서 ‘좌파 빨갱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웃고 인사하는 사람의 속내에 5.18과 4.3에 대해, 끔찍하게 다른 생각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 해진다. 5.18은 북한 간첩에 의해 일어난 것이며 4.3 역시 남로당 계열 공산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5.18과 4.3 때 얼마나 많은 양민이 학살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녕 교육의 잘못인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에 대해서도 댓글에 욕설에 가까운 비난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역시 한국사회가 칼 포퍼식 열린 사회가 아니라 닫힌 사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노라’는 뉴욕의 한 창녀가 러시아 갑부 자식인 애송이 청년 때문에 겪게 되는 적나라한 이야기이다.

 

칼 포퍼 이론의 핵심은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란,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를 말한다’에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과연 칼 포퍼가 얘기하는 열린 사회인가. 반공주의자들, 일부 기독교 목사들이 신봉하는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이 바로 그들에 의해 닫힌 사회론이 되고 있다. 이건 거의 개그 수준의 사회이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도 제발 제대로 읽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행여나이다. 과연 그럴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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