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으로 인해 환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가계부채와 집값 불안도 여전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감안해 내수를 살리고자 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출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와 함께 발표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이하 통방회의)를 열고 현재 3.25% 수준인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달 통방회의에서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는 등 환율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오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장중 한때 1410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커지면서 환율을 자극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시절 보편적 관세와 대규모 감세 등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물가상승을 부추기면서 연방준비위원회(Fed·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1.5%p로 좁아진 한·미 금리차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다시 벌어질 경우, 환율 불안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아직 잡히지 않은 가계부채와 집값 또한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6조 6000억 원 늘어나면서 9월(5조 3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9월 3000억 원 감소했던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 7000억 원이나 늘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성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약 2.0% 정도면 잠재성장률 수준이니 용인될 수도 있다"며 "그보다는 환율이 불안하고 연준 정책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은이 좀 더 지켜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묶어두는 것은 모순이므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 동결과 0.25%p 선제적 인하 가능성을 모두 제시했다. 그는 2025~2026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경로의 상당한 하방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28일) 기준금리와 더불어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데, 수출 둔화 및 내수부진을 감안해 2.4%인 올해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0.1%p 낮춘 2%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연간 성장률은 2.3%나 2.2%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2%, 2%로 낮춰 잡으며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환율 변동성은 큰 위험이 아니라며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권고했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장은 “주요 상대국의 경제성장 둔화나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고조돼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가격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하방 위험들이 현실화한다면 통화 및 재정 정책 대응으로 성장률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