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이 악화됐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강화 등에 힘입어 집값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6개의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 인식을 보여준다.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1월부터 넉 달째 100을 상회하다가 5월 소폭 하락하고 6월에 다시 100을 상회했다. 이어 7월에 103.6로, 2022년 4월(104.3) 이후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8~9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달 3개월 만에 반등한 후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했다.
특히 향후경기전망CSI가 지난달 81에서 이달 74로 7p나 하락하면서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해 11월(7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낙폭 또한 2022년 7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현재경기판단CSI와 생활형편전망CSI도 이달 들어서 각각 3p, 2p씩 떨어졌다.
한은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 인상 우려가 지수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우리 증시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오르는 등 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또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09로 전월 대비 7p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다만 2013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1년치 장기 평균(107)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황 팀장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아파트 매매 감소 및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 등으로 11월 들어 주택가격전망CSI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93으로 전월 대비 5p 올랐다. 미국 시장금리 상승,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은행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았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47로 전월과 동일했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월과 동일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전월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