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낮추자 대출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예상 밖의 기준금리 인하에 반응하며 내려간 결과다.
다만 가계대출 억제를 명분으로 지난 8월 이후 확대됐던 가산금리 조정은 대체적으로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춰야 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일부터 은행채를 지표로 삼는 고정금리형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19%포인트(p) 내린다.
KB 신용대출(1년 고정·1등급 기준) 금리는 11월 마지막 주 4.31~5.21% 수준이었지만, 4.17~5.07%로 0.14%p 낮아진다 KB 든든주택전세자금대출(2년 고정·3등급 기준) 금리도 3.94~5.34%에서 3.76~5.16%로 0.18%p 떨어지고, KB 주택담보대출(혼합형·고정형) 금리도 4.03~5.43%에서 3.84~5.24%로 0.19%p 하향 조정된다.
수시로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도 이미 상당 폭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지표)는 지난달 22일 4.151∼5.651%에서 1주일 뒤인 29일에는 3.962∼5.462%로 0.189%p 낮아졌다. 은행채 5년물을 따르는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 역시 같은 기간 4.14∼5.45%에서 4.00∼5.30%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14%p, 0.15%p씩 내렸다.
이는 지난달 28일 단행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의 지표인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급락한 결과다. 지난 10월 단행된 한은의 첫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했던 것이라 시장금리에 선반영됐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이를 상쇄해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의 금리는 지난달 27일 3.092%에서 29일 2%대(2.965%)로 내려앉았다. 신용대출 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는 금융채 1년물 금리 역시 이틀 사이 3.215%에서 3.039%로 하락했다.
다만 시장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통화정책이나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등 경제정책, 세계 여러 지역의 분쟁 경과 등에 따라 언제라도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은의 통화완화 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려면 은행들이 지난 8월 이후 올린 가산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가산금리를 축소했다가 가계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은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인하 이후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조정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금융채 금리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산금리까지 더 낮춰 전체적으로 대출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특정 은행으로 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시장금리가 낮아지는데 가산금리까지 축소하면 사실상 가계대출 관리 수단이 없어지는 셈"이라며 "최소 연말까지는 가산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