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웰스파고의 아룹 차터지 전략가를 인용해 “최근 몇 주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우려로 이미 외부 압력이 있었다”며 “여기에 한국의 국내적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수출 수요 변화에 민감한 개방 경제”라며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비상계엄 발표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하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할 명분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9% 하락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7% 가까이 빠졌다. 8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 자본은 140억 달러(약 19조7000억원)에 달한다.
환율 문제와 관련해 MUFG의 리 하드먼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 경제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며 원화에 대한 추가 압력을 예상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신 전략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계 영향이 불분명하다면서도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런 만큼 SK하이닉스가 HBM 공급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세계 인공지능(AI) 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 주가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생겼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위기 등과 관련된 공급망 문제가 (엔비디아 신제품) 블랙웰 매출 전망에 영향을 끼치면서 엔비디아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는 남북 대치와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 경영이 꼽혀왔다. 최근에는 경기 부진, 미·중 갈등 등 대외적 요인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계엄 사태가 부정적 요인으로 추가되며, 한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인티원의 마크 레저-에번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가 한국 투자에 대한 장기적 우려를 키울 것”이라며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재건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