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4일 “비상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블룸버그TV에 나와 '현재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묻는 사회자 말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잘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진행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구축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이번 사태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며 “어젯밤과 오늘 아침 잇따라 회의를 통해 시장 안정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임시 회의을 열어 단기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비(非)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결정한 점도 함께 언급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번 정치적 사건으로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글로벌 가치 사슬 등 구조적 변화가 금리 결정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 탄핵 절차 등 남은 정치적 이슈에도 큰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 요구를 받아들여 계엄을 해제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한국의 시민들, 정치인들, 정치 시스템은 성숙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시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위는 한국에서 언제나 있어 왔던 일”이라며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노이즈는 있을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