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부진한 내수와 소비심리 악화에 더해, 대외적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 충격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의결정족수(200표)를 채우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러나 야당은 임시국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내수 위축과 민간 경제활동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두 번의 탄핵 정국 기간에도 내수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제기됐던 2004년 1분기의 경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1% 감소하며 세 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6년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같은해 2분기(0.8%)와 3분기(0.4%) 실적을 밑돌았다.
문제는 성장기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 경제는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과거 두 탄핵 시기는 경제 성장 국면에 있었고, 반도체 호황 등 외부 요인 덕분에 5%를 웃도는 성장률(2004년)과 3%대 성장률(2016~2017년)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잠정치 0.1%에 그쳤으며, 반도체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등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킬 경우 내수 부진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매판매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기업 경영 활동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통령 탄핵 시 소비 심리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과 가계의 경제 활동 위축이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한 달 후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에 보편관세, 중국에는 최대 60%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경우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이 반영된 내년 성장률 전망치(1.9%)가 더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시티, 바클리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성장률을 평균 1.8%로 전망하며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하향했다. IMF와 OECD도 각각 2.0%, 2.1%로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탄핵 가능성과 정책 불확실성이 내수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하방 리스크를 경고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