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2·3 비상계엄' 당시 재판 관할의 이전을 검토한 것은 상황에 긴급하게 대응할 목적이었을 뿐 계엄 선포가 적법하다고 전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9일 법원행정처 황인성 기획총괄심의관은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에 출석해 법관 대표들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황 심의관은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될 경우 재판 관할 등에 관해서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비상계엄 선포가 합헌이고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한 것이 아니라, 당장 다음날부터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어디까지나 사법부의 재판 작용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간부들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계엄이 유지되는 경우 재판 관할은 어떻게 되는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법에 따라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내란·외환의 죄, 공무 방해나 공안을 해치는 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의 재판은 군사법원이 담당한다.
황 심의관은 "전시 상태 매뉴얼은 있었으나 비상계엄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계엄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했고 이후 이런 상황이 재발하면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