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처리가 무산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의 거취 논란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위기대응을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포브스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 사태에 대한 비싼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을 갖고 분할해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탄핵안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추가적 정치적 혼란이 촉발되고 대통령 사임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알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면 정치권 인사들이 지금처럼 손익을 따지며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통치력을 상실한 대통령을 탄핵해 거취 논란을 최대한 빨리 매듭짓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총리 및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위기대응에 나서는 게 대외신인도 붕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9일 금융시장은 이러한 지적을 방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후로 "현재 군통수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나오자, 원·달러 환율이 순간적으로 폭등했다. 따져보면 원론적인 얘기였음에도 시장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전거래일 대비 17.8원 치솟았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8%, 5.2%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계엄사태의 후폭풍을 진화할 골든타임은 길게 봐도 이달 중하순까지라며 정치권에 조속히 사태를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측면을 꼽자면 아직 12월이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퇴진을 둘러싼 공방이 결론 없이 몇주 더 이어지고 내년 1월로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된다"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 신용평가사들도 계엄에 관해 해프닝성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장기화하는 분위기"라며 "정치 상황이 계속 이렇게 간다면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도 "정치권의 퇴진 레토릭이나 차기 리더십 여부는 해외 투자자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언제 탄핵이 이뤄지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논란이 조기에 정리되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