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국제 기념일 중 하나인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UN은 매년 12월 3일을 세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 상태를 점검하고, 장애인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립한 기념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엔 장애인의 온당한 권리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사회와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역시 UN 세계장애인의날을 맞아 2일부터 6일까지 ‘2024 장애공감주간’을 운영했다. 2일엔 장애를 가진 경기도민의 ‘아주보통의 하루’(#아보하)를, 3일엔 장애인권 영화를 상영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4일에도 장애인인권 강연 ‘장애인의 아주보통의 하루 담론’을, 5일엔 경기남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 주관 인권포럼 등이 열렸다. 장애공감주간 내내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는 점심시간대 30분 내외의 장애예술인 공연과 2024년 ‘누림 Art&Work’ 선정 작품 전시도 열렸다. 2일부터는 장애인 편의증진을 돕는 AI기술 홍보부스도 운영됐다.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일 양평군에 있는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Amazing Outsider Art Center)’를 방문, 발달장애 작가들과 만났다. 이곳은 11명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모인 창작·전시 공간이다. 아트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은 모두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는 이들이다.
“여러분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제 꿈”이라는 김 지사의 격려와 약속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도립 장애인오케스트라를 만든 김 지사는 이날 세 가지 약속을 했다. ▲가장 좋은 시기에 경기도에서 전시회를 따로 열겠다 ▲내빈들이나 해외 가서 만나는 분들에게 주는 선물 가운데 일부를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을 구입해서 드리도록 하겠다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 같은 곳을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시혜적인 장애인 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발생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때도 분향소를 두 차례나 찾아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혁신적이고도 실질적인 장애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장애인누림통장’, ‘장애인기회소득’, ‘발달장애인을 위한 경기도 인공지능(AI) 창작단’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선물로 주고 있다.
김 지사가 장애인들 가운데서도 발달장애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가정이 극한의 경제·심리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서울시에서 한 남성이 10살 뇌병변·발달 중복 장애를 가진 자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5월엔 청주시에서 지적 장애인인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22년 3월 수원시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인 8살 아들을 살해했으며, 같은 날 시흥시에서도 50대 여성이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 환생하면 좋겠다”는 내용의 유서는 국민들을 울렸다.
전체 발달장애인 88.2%는 56세까지, 부모가 본인의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평생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 극한 상황을 견디다 못한 보호자들이 자식의 목숨을 빼앗고 자신의 목숨도 해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발달장애인 가정의 심각한 경제적, 심리적 위기 상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도는 장애인 자립 맞춤지원을 위해 5년간 2조 9,215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지사와 장애인 가족들의 소망처럼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