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겼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례적인 수준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비상이 걸린 외환당국은 시장을 달래며 안정화조치에 나서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5원 상승한 1453원에 주간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개장가다. 이후 장 초반 소폭 하락해 1449원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쯤 다시 1450원으로 올라 1451.9원에 마감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급등한 것은 지난 밤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자체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으나,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고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오른 108.17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발표하며 과도한 변동성을 경고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고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 및 기재부는 국민연금공단과 외환 스와프(FX Swap) 거래 한도를 650억 달러로 늘리고 이달 말이었던 계약 기한도 내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와 관련해 "스와프 거래 기간 중 외환보유액이 거래금액만큼 줄어들지만, 만기에 자금이 전액 환원되는 만큼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