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되면 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독거노인과, 1인가구, 고향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 등이 그렇다. 이들의 특징은 사회활동을 통해 활력을 얻는 것과 삶의 질 간 연관도가 높다는 것이다. 고도화되고 의사소통 방식이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심리적 복지는 매우 중요하다. 시흥시는 ‘연결성’을 중심으로 외로움 취약계층의 일상을 보듬는 정책을 펼쳐내고 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보통사람의 평범한 행복을 지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달 신년 첫 기자회견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민생 회복을 꼽으며 ▲취약계층 생계 안정을 위한 시흥형 공공일자리사업 추진 ▲시흥돌봄SOS센터를 통한 돌봄서비스 확대와 돌봄 대상자 발굴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흥시는 원래 복지 정책에 있어 우수하기로 손꼽혀왔다. 지난해 ‘더욱 촘촘한 복지 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공적 급여와 민간 자원 총 1만3425건을 연계하고, 긴급복지 상담 콜센터 운영을 통해 관내 위기 이웃을 선제적으로 발굴·지원했다. 그 결과, 지난해 경기도 ‘누구나 돌봄’ 시군평가 최우수, 위기 이웃 발굴·민관협력 우수,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 대상 ‘주거복지정책’ 부문 대상 등 한 해 동안 다양한 복지 분야에서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는 고령화사회 정책 고도화를 통해 시니어의 자기주도적 사회활동, 문화·여가를 통한 삶의 활력을 도모하고, 장지난해 수립한 1인가구 지원계획을 통해 가족 형태에 관계 없이 서비스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이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도 힘쓸 계획이다.
◇ 노년 고독부터 삶의 활력까지 고령화 정책 다각화
시흥시 노인인구는 2019년 4만1천여 명에서 지난해 7월에는 6만 2000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시는 같은 기간 노인복지예산을 1200억 원 가량에서 2300억 원 가량으로 증액하고, 노인정책 인력을 확대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
올해는 특히 어르신의 자기주도적인 여가·문화 활동 기회를 확대하며 시니어가 흥나는 도시 ‘시니어 문화도시’ 조성 원년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청소년에 비해 부족한 문화제 개최 등을 통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고, 어르신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정책수요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더불어 시니어 파크골프대회 등 체육대회를 통해 삶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시흥시가 산재돼 있는 노인 정책 창구를 일원화 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전국 최초로 노인일자리 연계 ‘시니어 여가·문화·일자리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어르신들을 위해 한 곳에서 일자리부터 여가·문화까지 한 번에 맞춤 상담한다.
더불어 노인시설 인프라도 크게 확대한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남부권 노인복지관 건립사업은 올해 말 개관 예정이고, 지난해 시작된 시흥노인요양포괄케어타운과 하중동 고령자 복지주택 역시 각각 2026년, 2029년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 혼자여도 좋아, 함께하면 더 좋아 1인가구 욕구 맞춤 정책
2024년 기준 시흥시 1인가구 수는 8만 7357가구로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시는 지난해 1인가구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급격하게 증가하는 1인가구 정책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전력 사용량 및 통신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평상시와 다르게 전기 사용량이 없으면 동 복지담당자에게 알림을 송신해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여성 1인가구 등 범죄 피해 취약 가구에는 스마트홈 방범물품, 창문 안전장치 등 여성안심패키지를 지원하며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정서적 안전감과 함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시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1인가구에게는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를 지원한다. 병원 진료 동행 뿐 아니라 접수와 수납까지 보호자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한다.

사회적 연결은 1인가구의 고독감을 줄이고 삶을 더욱 활기차게 영위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청년과 중장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1인가구 건강생활 서비스’에서는 요가, 실내 클라이밍 등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식생활 개선에도 적극 개입한다. 함께 모여 요리를 배우고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식생활 개선 다이닝’은 소통창구로서 인기가 높다. 청년들은 청년협업마을과 청년스테이션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통하며 관계망을 이어가고 있다. 중장년을 위해서는 아예 관심분야별 모임을 구성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장년 수다살롱’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중장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동아리를 만들고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 ‘문화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 외국인주민·다문화가족 사회참여도 쑤욱↑
시흥시는 외국인주민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 현재 시흥시 거주 외국인은 7만 6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에 이른다. 시흥시는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통해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 수립과정에서는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이 포함된 민관학 대표협의체가 중요하게 역할한다. 지난해 말 다문화 공존을 위해 열린 가족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언어교육과 취업연계 등 사회적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성과 함께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효과적인 네트워킹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주민이 언어 적응을 통해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연착륙을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정착 초기 수준별 한국어 교육과 학력수준 향상, 취업 훈련, 교류까지 전반을 포함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이주배경청소년 지원체계다. 시흥시는 공교육 진입 전부터 진입 후 단계별 맞춤형 통합 교육을 지원한다. 그 중심에 다-가치 유스센터가 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교육 진입 후 진로 탐색까지 한꺼번에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응과 자녀교육 문제로 곤란을 겪는 결혼이민자에게는 ‘다문화 엄마학교’가 있다. 다문화 엄마학교는 결혼이민자 엄마가 초등학교 검정고시과정을 이수하여,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의 학습지도를 엄마 스스로가 도와 자녀와의 유대감 증대와 자녀학습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시작되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엄마학교를 통해 시흥시는 다문화가정 중 초등학생 자녀 및 유아를 둔 결혼이민여성 총 93명이 교육을 받았다. 국적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일본, 몽골, 대만 등 다양하다. 현재는 10명의 다문화 엄마들이 지역사회 적응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문화활동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세계 다양한 문화와 한국 전통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공동체성을 다지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이 사람을 살리고, 또 사람은 지역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는 선순화을 이뤄 나가겠다”라며 “탄탄한 정책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의 마음을 보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