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원옥 할머니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나게 됐지만 그녀가 남긴 정신과 영혼은 새로운 길로써 이어지고 있다.
24일 인천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길원옥 할머니의 유가족 기부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전달식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고인의 유가족들, 김석순 인천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는 고인의 유족 측에서 먼저 기부 의사를 밝히며 추진됐다.
평생을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고인을 기리며 유족들이 시 여성 권익시설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 할머니는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로 일본군의 위안부 실태를 세계에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꾸준히 참석했고, 세계 각지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 UN 인권이사회 의장실을 찾아 전세계 150만 명의 서명을 전달하며 인권 운동가로서도 활약했다.
길 할머니의 이름을 걸고 이뤄지는 뜻깊은 기부인 만큼 인천성폭력상담소는 향후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신 회복 프로그램실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프로그램실의 이름을 고인의 헌신과 뜻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길’로 명명한다는 방침이다.
유가족 측은 “할머니는 예전부터 힘든 분들을 돕는 것에 아낌없이, 적극적으로 임하시던 분”이라며 “지난 16일 장례를 치르고 나서 어떻게 해야 마지막 가는 길을 행복하게 배웅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인이 생전 인천에 거주했었던 만큼 지역 내 여성권익시설에 기부를 생각하게 됐다”고 이번 기부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안정적인 치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그분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기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길원옥 할머니의 선한 기부가 다른 피해자들한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현도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