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연이어 주주총회를 열고 미래 성장 전략을 확정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신사업 다각화’다. 건설업계는 전통적인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수소 에너지, 디지털 플랫폼, 모듈러 주택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와 스마트 건설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4일 열린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수소 발전, 의약품 연구개발, 통신판매중개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가했다. 건설업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과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선보인 주거생활 플랫폼 ‘홈닉 2.0’과 빌딩관리 플랫폼 ‘바인드’를 통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수소 발전 사업을 확대해 에너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20일 주총에서 ‘수소에너지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수소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 의지를 밝혔다. 2050년 수소 시장이 현재 대비 4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수소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흐름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올해 제주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남호주 그린수소 개발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시장 선점을 노린다.
또한 현대건설은 2025년 목표로 ▲수주 31조 1000억 원 ▲매출 30조 4000억 원을 제시했다. 전략적 투자와 고수익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해 고부가가치·저경쟁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75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수소에너지사업 추가) ▲이사 선임(사내이사 황준하, 사외이사 정문기)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연간 50억 원) 등 5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주 배당금으로는 675억 원이 책정됐으며, 보통주 600원, 우선주 650원으로 결정됐다.
GS건설은 정관에 통신판매업을 추가하며 모듈러 주택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였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유럽의 모듈러 주택 기업을 인수하며 신사업을 확대해왔으며, 지난해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정관 변경은 모듈러 주택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DL이앤씨는 디자인 및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아크로’ 브랜드의 고급화에 힘을 실었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한화 등은 경영 안정성과 조직 개편에 초점을 맞추며 안전경영 체제 강화를 추진하고 기존 사외이사를 연임시키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 안정성 확보에 주력했다.
건설업계는 올해 주총을 통해 전통적인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플랫폼, 모듈러 주택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탈(脫)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수소 에너지와 모듈러 주택 사업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 및 스마트 건설의 대표적인 혁신 모델로 자리 잡으며, 건설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단순한 시공사가 아닌 에너지, 기술, 플랫폼을 아우르는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 주택 경기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춰 신사업 확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