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쳤으나 일부 정치권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미뤄서는 안 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매사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헤아리는 정치권의 고질병 때문에 지지부진 끌어온 세월이 길다.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수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논의와 협상을 지속해 ‘구조개혁’까지 말끔히 완성해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개정안은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 높이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린다.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아질 계획이었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딧)은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 내 실제 복무기간을 추가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 늘리기로 했다.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도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으로 2041년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8년으로, 고갈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30·40대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김용태(포천가평)·김재섭·우재준 국민의힘, 이소영(의왕과천)·장철민·전용기(화성정) 더불어민주당, 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등 여야 30·40세대 의원 8명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회견에서 “이번 모수조정안을 요약하면 지금 당장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되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자는 것”이라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금특위 구성과 관련, “30대와 40대 의원들이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쪽의 반대 목소리는 더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 표결했던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대·기권 의원이 56명으로 (국민의힘 전체 108명 중) 과반이 넘는다”며 “재협상을 위해 재의요구권(거부권) 주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 역시 이날 SNS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86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청년세대에 독박 씌우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준석(화성을) 개혁신당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미래 세대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답은 정해졌고 너희는 따라오기만 하라는 ‘답정너식’ 연금 야합”이라고 힐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세계 최악의 저출산까지 겹쳐 우리 국민연금은 하루빨리 확실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뜨거운 감자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젊은 층 반발의 요체는 부담만 커지고, 혜택은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방치하면 극한적인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개연성까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혁안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한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안 없는 반대도, 양보 없는 일방통행도 안 된다. 다시 논란을 피하면서 시간만 질질 끄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정쟁으로 돌아가는 게 최악이다. 국회는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혜안을 반드시 찾아냄으로써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