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특례시의회 김길수 의원이 지난 4월 14일 열린 제292회 용인특례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5분 발언'을 예고해,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용인시 공직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이날은 ▲용인시 행정 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 개정안 ▲용인시 시민프로축구단 설립 및 운영·지원 조례안 등 2건의 조례안이 과연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온통 시의회에 쏠리고 있던 민감한 상황이라 이 같은 예고는 당연히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본회의가 시작되고 김 의원은 단상에 서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직사회에서는 '집행부와의 어떤 합의가 있어 취소했겠구나'하며 이해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본회의를 마친 후 "김의원이 본회의 시작 전 대회의실에서 의원들만을 상대로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왜?라는 질문이 급물살을 타면서 당연히 '내용'에 대한 의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용인시청 곳곳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김의원은 당연히 내용을 함구했고, 궁금증은 일파만파 번지기 시작했다.
"어떤 민감한 사안들이 담겼길래 '김 의원의 5분 발언'은 본회의장까지 오지 못했을까"라는 합리적 의문이 대세를 이뤘다.
경기신문이 다방면으로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입수한 '김의원의 5분 발언'은 "용인시의회 의장이 보여준 인사권 행사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별다른 이유 없이 뒤늦게 사무국장 인사가 이뤄진 후 이에 따른 5·6·7·8급 등 후속 인사가 없어 조직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점 ▲집행부와의 인사 교류 고집 ▲인사 교류를 구걸하는 것 같은 5분 발언 ▲의회 직원들이 집행부 직원들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 양산 등을 꼬집었다. (이밖에 자세한 내용은 아래 '5분발언 전문' 참조.)
마지막으로 김의원은 "용인시의회가 더욱 성숙하고 책임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며 "사무국 인사 공백 방치와 타 기관 의존은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장을 비롯한 모든 의원들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김길수 의원의 5분 발언 전문
존경하는 110만 용인시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및 이상일 시장님과 공직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민의힘 김길수 의원입니다.
저는 용인시의회 의장이 보여준 인사권 행사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여된 중요한 권한입니다. 그러나 이 권한이 책임감 있게 행사되지 않을 때, 그 결과는 조직 내 혼란과 시민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회사무국은 지난해 12월 말 사무국장의 퇴임이 예고 되어 있음에도 후속 승진 인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한 참의 시간이 지나 뒤늦게 사무국장 인사가 이뤄졌지만, 승진에 따른 5급 의정담당관 및 6, 7, 8급의 후속 인사 및 공석 상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 운영에 차질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사무국 공직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의정활동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의장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랜 시간 방치한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그런데도 후속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의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기 위한 속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의회의 인사 독립권을 그렇게 강조하던 의장이 조직 자체의 승진을 열망하는 직원들의 기대를 저버린 체 집행부와의 인사교류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의장은 최근 5분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인사교류를 요청했습니다. 의장은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 등이 명시되지 않은 입법 미비 등 인사권 독립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지방의회법 등 관련 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만이라도 의회와 집행부가 긴밀히 협의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며 인사교류를 구걸했습니다.
의장은 법적 미비를 주장했지만 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이 여전히 집행부에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는 인사권 독립 제도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의회의 인사 독립은 지방의회 소속 직원들이 집행부 눈치를 보지 않고 의회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의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의장님! 취임하신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 기간을 빼면 실질적으로임기에 절반도 남지 않으셨습니다. 인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본 의원도 민선 6기 용인시 축구센터 4년 근무하던 시절 수십 회의 인사를 단행해 보았습니다. 인사권자는 아무리 인사를 잘해도 본전입니다. 승진자 1명은 기쁨을 누리지만, 승진 못 한 자는 다수이기 때문이라 그 원망을 받는 것은 인사권자의 숙명입니다.
의장님이 인사교류를 고집하면서 집행부 공직자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집행부 노조의 "곶감 빼먹듯"이라는 비판은 새겨들어야 합니다.
의장님이 인사교류를 고집하면서 의회 직원들이 집행부 직원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낳고 있습니다.
의장님이 인사교류를 고집하면서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의장 눈 밖에 나면 승진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본 의원은 용인시의회 사무국의 승진 및 후속 인사를 신속히 단행하여 조직 안정성을 확보할 것을 의장에게 요구합니다. 아울러 법에서 명시된 독립된 인사권을 활용하여 신규 채용 및 타지역 전입 등 의회사무국의 독자적인 운영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의회는 우수한 신규인재 채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을 통해서 자체적인 조직의 퀄리티를 높여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책지원관의 경기도의회로의 잦은 이직으로 발생되고 있는 업무공백 문제점 역시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것입니다.
의장은 자신의 권한이 시민들을 위한 봉사의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 의회사무국의 업무 공백을 방치하고, 집행부와의 인사교류만 고집한다면 풀뿌리 지방자치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앞으로 용인시의회가 더욱 성숙하고 책임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혁신이 필요합니다. 사무국 인사 공백 방치와 타 기관 의존은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장을 비롯한 모든 의원들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