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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 캄보디아라는 나라

 

최근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나라는 단연 캄보디아이다. 대학생 납치와 감금 그리고 고문사라는 끔찍한 뉴스와 영화 범죄도시에 등장하는 내용이 그대로 전개되는 나라란다. 지난주 토요일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한국인 범죄혐의자 64명이 특별기편으로 강제 귀국 되어 경찰에 수감되었다. 대부분 보이스피싱 조직과 마약 네트워크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도대체 왜 갑자기 캄보디아가 동남아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었는가.

 

TV의 탐사보도 프로에서는 벌써 몇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에 연루된 한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방영되었다. 손쉬운 돈벌이 유혹에 넘어간 절박한 청년들이 캄보디아에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범죄조직에 강제되어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조를 바라는 간절한 내용이었다. 방송을 본 대부분의 국민은 앙코르와트의 유적과 가난하지만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캄보디아에서 어쩌다 저런 일이 발생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의 패권 국가였던 크메르제국은 태국과 베트남의 사이에서 부침을 거듭하다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를 겪고 2차 대전 이후 캄보디아로 해방되었다. 1975년에는 악명 높은 폴포트의 크메르루주라는 공산정권이 집권해 유명한 킬링필드의 나라가 되었다. 폴포트는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며 지식인과 관료들을 무차별 숙청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만 명을 학살했다. 크메르루주는 1979년 정권에서 밀려났고 캄보디아는 입헌 민주국가로 거듭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킬링필드 현장은 관광자원이 되어 관광객에게 공산주의의 무자비함을 익히는 반공교육의 상징적 국가가 되어 있다.

 

1985년부터는 훈센이 38년간을 집권하고 지금은 아들이 총리를 이어받은 1인 가문의 독재국가이지만 캄보디아는 여전히 세계적인 관광국이다. 그런 캄보디아가 범죄의 온상지가 된 원인은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활개 치던 범죄조직이 강력한 단속을 피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찰력의 캄보디아로 넘어간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범죄조직과 중국 등 동남아 조직이 연합한 범죄단체에 연루된 한국인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된다. 국민의 안전과 안위는 국가의 제일의 임무라고 할 때 비록 잘못된 선택을 한 범죄자라도 일단 그들을 구조할 의무는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한 우려 표명과 고발에도 불구하고 현지 경찰의 무능력과 방관자적 태도에 분개하고 더욱이 윤석열 정부 시절 캄보디아에 지급해 준 ODA(공적개발원조)가 1700억대에서 4300억대로 대폭 증액된 사실에 당장에 끊자는 원성까지 나온다. 윤 정권의 즉흥성과 무책임성은 더 이상 거론하기도 피곤하지만 이제라도 정상화해야 한다. 가난한 이웃 국가에 당장 ODA의 축소보다는 한국인 상대의 범죄예방과 안전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의 당연한 철저 대응 등으로 재편해야 하며, 차제에 우리 청년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질타는 하되 반성도 있어야 한다.

 

오늘 한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엄청난 차별, 오로지 경쟁만 존재하고 연예, 결혼, 출산, 내집 장만 등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N포세대의 양산을 누가 했는가. 달콤한 해외 취업의 고수익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제2의 캄보디아는 또 등장할 것이다. 한국 사회의 근본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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