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 이어 세제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빚을 내 집을 사는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한 소비 위축과 투기 심리 확산을 막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응능부담(능력에 맞는 세 부담)” 원칙 아래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추는 구조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22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이미 진행 중이며,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가 한정애 정책위의장에게 TF 구성을 마치도록 지시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정부가 10·15 대책에서 내세운 ‘규제가 아닌 구조개편을 통한 시장 안정’ 기조의 연장선이다. 당시 정부는 가계부채와 고금리로 위축된 소비여력 회복과 함께, 빚을 통한 투자 수요의 재확산을 억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높은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일본처럼 보유세는 합리화하고 거래세 부담은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특히 “50억 원짜리 한 채보다 5억 원짜리 세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가 과연 형평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강남 등 고가 지역의 '똘똘한 한 채'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시그널로 해석된다.
정책 당국은 이번 세제 개편이 단기 세금 인상이나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 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 역시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거 안정을 유도한 사례가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세부 시기나 강도에 대한 의견차는 있지만, 큰 틀의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감정이 집중되는 사안이지만, 실수요자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시장 과열을 막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로, 국민 수용성과 시장 여건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을 ‘세금 중심의 단기 규제가 아닌 구조적 안정화 정책’으로 평가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거래세 인하는 매물 순환을 유도하고, 중장기 보유세 합리화는 투기 억제 효과를 낸다”며 “선진국형 조세 체계로의 전환 신호”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기 억제·실수요 보호·시장 안정’이라는 세 축이 병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