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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원 필요한 수원화성 축성 장인명패 봉안문화제

(사)화성연구회 등 출혈로 2년째 진행, 수원시 적극 나서라

  • 등록 2025.10.23 06:00:00
  • 13면

“수원화성은 1796년 9월 10일 완공하였노라.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어 온갖 물건이 무르익고 있다...(중략)...조선 400여 년 역사에 처음 있는 큰 공사를 2년 만에 이처럼 이루었다. 궁실이 거대하고 화려하니 오늘 낙성 잔치를 어찌 성대하게 열지 아니 하리오? 오늘 낙성 잔치를 베풀어 화성 성역에 참여한 모든 장인과 백성들 모두는 풍류를 즐기고 불취무귀(不醉無歸) 하기를 바라노라” 지난 18일 열린 ‘2025 수원화성 축성 장인명패 봉안문화제’ 낙성연 행사 중 화성성역 총리대신 좌의정 채제공 역을 맡은 화성연구회 회원이 낭독한 낙성연 교지 내용이다. 낙성연은 화성 성역에 참여한 이들을 위로한 잔치다.

 

올해 수원화성 축성 장인명패 봉안문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가 주최하고 대한불교 (재)선학원 팔달사(주지 각소 스님)가 공동주관하고 있다. 3000만원이 넘는 행사 경비도 화성연구회와 팔달사가 부담하고 있다.

 

순수민간 단체인 화성연구회가 이 행사를 여는 이유는 세계유산 화성을 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석수, 목수, 미장이, 와벽장이, 대장장이, 개와장이, 화공, 톱장이로 일했던 장인(匠人)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축성을 지시한 정조대왕과 화성성역 총리대신인 좌의정 채제공, 수원유수로서 축성 감동당상(監董堂上)을 맡은 조심태, 그리고 화성 기본 설계서인 ‘성설’을 지은 정약용 등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화성 성역에 참여한 장인1821명과 화성성역소의 관리직 376명 등 2197명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기록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에 화성연구회가 나섰다. 지난해부터 팔달사를 중심으로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는 팔달산 성신사에서의 고유제에 이어 우화관 옆 마당에서의 낙성연, 팔달사에서의 바라춤과 회심곡, 헌화와 헌작 등 장인들의 안식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의식이 이어졌다. 지난해엔 고유제와 천도재만 실시됐으나 올해엔 낙성연도 포함됐다. 장인 명패 역시 지난 해 22개에서 100개로 늘었다. 행사 규모가 훨씬 더 커진 것이다.

 

‘윤복쇠, 김대노미, 김개불, 김쇠고치, 지악발, 이자근노미.../그대들 비록 그때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저 성벽과 누각, 수원천에 비치는 달빛/만천명월(萬川明月)의 주인은 그대들일세...(중략)...이 자리에 없으나/나의 마음 속 큰 술잔 받으시게/이어인노미, 김육손, 김노랭이, 황시월쇠, 정춘득...//기세 푸르던 장용영 군사들/춤추고 노래하던 여령들과/장안문 밖 새술막거리 주모/그대들도 오늘밤은 불취무귀(不醉無歸)...(중략).../오늘에서야/그대들에게 내미는/아직도 여여(如如)한 이 마음 한잔 받아주시게’

 

이 시를 쓴 시인의 마음처럼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는 화성축성 장인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화성연구회 회원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행사다. 장인들의 명패는 서각가이면서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작가가 팔달사에서 나온 은행나무를 이용해 새기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2000개가 넘는 모든 장인들과 관련자들의 명패를 새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야 부족한 예산의 대부분을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팔달사 등이 냈지만 언제까지 부담시킬 수는 없다. 명패를 봉안할 장소도 문제다. 지난해 22명이었던 명패는 올해 이번엔 100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2000여명 장인의 명패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지금의 팔달사 용화각으로는 어림도 없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

 

수원화성 축성 장인 명패 봉안문화제는 매년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들과 시민사회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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